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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희 Oct 09. 2023

전시 기획자의 전시 오픈 전 날

제가 산업 전시라는 걸 해봤습니다

브런치에 굉장히 오랜만에 장문의 글을 쓴다. 오랜만에 글을 써보려고 하니 머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손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제대로 기록을 남긴 적이 없어서, 9월에 내가 진행했던 전시에 대해 사진과 함께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작년에 대형 축제 PD직을 맡으며 고생고생하여 축제 기획을 했으나 단 하나의 프로그램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이유는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너무 X 100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에서야 일에 대한 기록을 왜 시작하는 것인가? ( 그것도 이 나른한 주말 아침에 )


그 이유는 첫째, 내가 이때까지 진행했던 크고 작은 기획에 대한 기록을 단 한 줄도 남기지 않아서 후회하기 때문이고 - 둘째, 작년보다는 올해가 덜 힘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2023년 9월에 개최한 박람회는 내 기획 생활 중 첫 산업 전시였다. 센터로 첫 출근을 하기 직전까지 이전에 진행했던 미술 전시와 다른 줄도 몰랐다. 전시가 전시지. 아니었다. 미술 전시는 벽에 그림 예쁘게 걸고 오픈해서 관람객만 잘 받으면 된다. 산업 전시는 전시장 벽에 산업을 걸어야 한다. 산업은 곧 사람이 하는 일이다. 말 못 하는 그림은 그 자리에 조용히 걸려있으나 산업 전시는 사람이 직접 부스에서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산업과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안내하고 홍보한다. 산업 전시를 굳이 미술 전시에 비유한다면, 200장의 그림이 말도 하고 웃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때로는 전시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한다는 소리다. ( 실제로 오픈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부스 빼겠다는 업체도 있었다 )


이때까지 기획하면서 행사를 채우는 방법은 주로 섭외를 하거나 제안을 받거나 괜찮은 아티스트를 소개받아서 무대에 올리는 방식이었는데 - 산업 전시는 전시장을 채우는 방법이 완전히 달랐다. ‘ 우리 전시가 이렇게 다양하고 타 전시회와 차별화가 되어있으니 우리 전시에 나와주세요. ’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영업. 산업 전시의 꽃은 영업이다. 부수적인 전시 기획은 제대로 다져진 참가업체 영업이 없으면 내일 당장 부서지는 모래성일 뿐이다. 미술관에 그림이 없는데 기획을 어떻게 하는가?


그래서 산업 전시 기획에는 부스 유치 기획이 따로 들어간다. 메인이 되는 대형 업체가 들어와서 전시의 얼굴이 되어주고, 그 뒤로 중소기업, 관련 지자체 및 공공기관, 심지어는 작은 동네 가게까지 뒤따라 들어온다. 그리고 참관객을 위한 부대행사 기획을 마무리하여 참가업체 부스와 부대행사 부스를 적절히 섞어 배치해 주면 큰 틀에서의 전시 기획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산업 전시에 대한 설명은 이쯤 했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전시 오픈 전 날인 시공일부터 기록해 보기로 한다.





비어 라운지와 함께 조성될 바이어 라운지 천장 배너가 올라가고 있고, 바이어 라운지 천장배너 옆으로 인증전시회 배너가 걸리고 있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에서 전시 인증을 받으면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다.



바이어 라운지는 비어 라운지와 함께 구성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바닥에 잔디색 파이텍스가 넓게 깔려있다.



구역을 나눠주는 천장배너가 달려있다. 이쪽 구역에서는 참관객을 위한 캐스팅 대회와 각종 낚시용품을 구경할 수 있도록 꾸렸다. 낚시 분야 구역인 셈이다.



독립부스 시공이 되어가고 있다. 기본부스와 다르게 참가업체들의 독자적인 컨셉으로 꾸며지는 게 특징이다. 독립부스가 많이 세워질수록 박람회가 더 화려해진다. 전시장 내에 내 구역의 독립 부스를 제대로 세운다면, 저렇게 부스에 간이 공간을 만들어서 독립적인 사무실이나 창고로 쓸 수도 있다. 박람회 기간 동안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는 공간이다.



전시 전 날에는 사무국도 함께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전시장과 사무국을 번갈아가면서 돌아다닌다. 전시 기간 중 통틀어서 전시 오픈 전 날이 가장 힘들다. 오픈하고 나면 어찌 됐든 박람회는 어떻게든 돌아가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반면에 오픈 직전인 전 날은 모두가 예민하고 할 일도 너무 많고 전화도 쏟아진다. 전화 응대하고 사무국 정리하고 전화 응대하고 이벤트 존 꾸미다 보면 저녁이 된다. 그러고 보면 X배너가 하나도 안되어있다. X배너를 하나하나 조립한 뒤 전시장 곳곳에 세워두고 나면 9시 정도 된다. 그러면 퇴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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