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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희 Jan 02. 2024

인센스, 따뜻한 차, 그리고 가톨릭 성직자 다큐멘터리

마음에 걱정과 불안이 가득할 때 실천해야 할 루틴

마음 속에 걱정과 불안이 가득하고 이유없이 기분이 다운되는 그런 날이 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더 살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더 잘 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만 드는 날. 그런 날에는 집에 인센스와 선셋 조명만 켜두고 물을 끓이자. 그리고 차를 한 잔 우려내자. 휴대폰 속의 크고 작은 소식도, 책도, 뉴스도 포함해서 그 아무것도 보지 말고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다큐멘터리를 틀어두고 멍을 때린다. 나레이션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수도자들의 하루를 지켜본다. 고요한 종소리, 수도자들의 일상이 천천히 굴러가는 소리와 영상을 그저 보기만 한다. 그렇게 2시간 반 동안 수도자들의 삶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내 고민과 불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선한 자들의 집. 그리고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정말 내 인생 다큐멘터리 중 1등이라고 생각한다. 보고 있으면 울 장면도 없는데 그렇게 눈물이 난다. 내가 한 번도 가본 적도 아무런 연도 닿지 않는 성당에 직접 내 발로 가게 만든, 그리고 매주 성당을 다니게 만든 다큐멘터리.



사제 서품식에 대한 주제로 촬영된 다큐멘터리.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사제가 정말 그냥 되는 사람이 아니구나, 사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사람들이 되기까지 저런 여정을 거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우리 성당 신부님들을 보니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한 명의 사제가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깃들었다. 나도 1월 중에 교구에서 진행하는 사제 서품식에 가볼 생각이다. 물론 아는 부제나 사제도 없고 갈 이유도 없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서품식을 실제로 너무 보고 싶어서 찾아가볼 생각이다.


봉쇄수도원 다큐멘터리와 사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왠만하게 힘들거나 짜증나는 일, 불안한 감정, 근심 걱정은 너무 작게 느껴져서 감정들이 다 사라져버린다. 아 . . . 나는 그냥 별 것도 아닌 걸로 찡찡대는 찡찡이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차려진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서 다른 사람들을 나도 도와주고 일으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금쪽이가 되려고 할 때 다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잡아주는 일종의 치료제 역할을 해준다. 내가 교회에 다닌다면 선교사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절에 다닌다면 스님 다큐멘터리, 종교가 없다면 다른 이를 위해 혹은 동물들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좋을 것 같다. 일상의 작은 의미와 따뜻한 마음, 그리고 온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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