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데이터 분석가 직군은 뭐하는디요
데이터분석가라는 직무가 한국 내에서 생겨난지 불과 몇년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직무를 듣고 10명 중 5명 정도는 '데이터 분석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나에게 되묻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데이터를 보는 사람이에요' 라고 가볍게 말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가볍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데이터 분석가는 뭐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 한번 정리해야지~ 해야지~ 하다가도 고민하고, 정리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아서 그동안 내가 생각하는 데이터 분석가 에 대해서 정리를 미루기만 했었다. 타이밍이 너무좋게도, 요즘 팀 내에서 '데이터 분석가'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고, 어느 부분에 역량이 있어야하는지 함께 정리해나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정리 차 팀원들과 이야기하면서 정리된 이 회사 내에서의 데이터 분석가의 정의와, 내가 그동안 생각했었던 데이터 분석가에 대한 정의를 한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데이터 분석가를 정의하기 위해서 여러 문서를 참고하는 것 보다, 내 생각을 먼저 정리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이번 정리에서는 '내가 생각한 데이터 분석가'에 좀 더 집중해보겠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회사 마다 데이터 분석가의 정의가 다를 수 있고, 데이터 분석가에게 원하는 역량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각 개인마다 데이터 분석가가 하는 일에 대해서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쿠션으로 깔고 가겠다)
현재 나는 중고거래(a.k.a. 리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대중적으로는 중고거래 플랫폼이라고 불리지만 현재 동네 커뮤니티, 가게 예약서비스, 페이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데이터 분석가는 각 도메인 조직에 속하는게 아닌, 데이터팀이라는 조직에 속해있다. 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목적 중 하나는 전사적으로 data-informed decision이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점점 가치화되는 데이터를 목표로 삼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가들은 프로덕트 팀 혹은 사업팀에서 실험을 진행할 때 이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면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어떤 지표를 봐야하는지, 어떤식으로 실험을 설계해야하는지 제안을 해주는 일을 한다. 그리고 전사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들이 어떤 게 있을지 고민하고 각 팀이 보고자 하는 지표에 대해서 정의를 진행한다. 또한, 정의된 지표를 데이터로 어떻게 구조화하여 만들어야하는지에 대해서 도와주기도 한다. 나아가 각 프로덕트가 어느 방향으로 좀 더 개선될 수 있을지 심층 분석을 통해 프로덕트의 개선 방향성을 제안하기도 하고 팀 내의 데이터 엔지니어, 소프트 엔지니어 분들과 A/B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실험플랫폼 등 데이터 팀의 자체 프로덕트 개발에도 기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사내 데이터팀은 기능조직 보다는 '목적조직'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하고 싶다.)
여러 데이터 분석가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분석가는 데이터를 통해서 혹은 데이터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이라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어찌 보면 모든 직군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를 뿐) 내가 이 회사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자면, (1) 사내 구성원들이 프로덕트에 관해, 혹은 전략적인 부분에 관해 의사결정을 진행할 때 이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여러 데이터를 보는 것이 아닌, 잘 만들어진 지표 하나 만으로도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일. (2) 각 프로덕트 팀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실험을 통해서 영향을 받는 프로덕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각 팀에서 간단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 (3) 데이터를 볼 때 동일한 기준(동일 기간, 동일 디멘션 등)을 통해 데이터를 확인하고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 할 때 다 같이 동일한 데이터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 (4) 그리고 개발직군, 비개발직군 나누지 않고 전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데이터 추출이나 데이터 분석을 더 쉽게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현재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인 것 같다. 물론 나 혼자서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팀원들과 함께 그리고 사내 구성원들과 함께 목적 의식을 가지고 진행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닌가 싶다.
이런 본질적인 답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생각한 목표를 계속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항상 내가 데이터 분석가가 '왜' 되었는지에 대해서 복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는 이제 5년차가 되었고 데이터 분석가로써 일을 한지는 이제 3년차가 되었다. (맞나?) 데이터 분석가 이전에는 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생활을 했지만 되돌아보면 단지 '프로덕트'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은 설문 데이터를 통해 분석을 진행했던 일종의 데이터 분석가(+선행연구도 찾고 설문지도 작성하고 통계분석도 진행하고 보고서도 쓰는)가 아니였나 싶다. 내가 데이터 분석가가 되어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나는 모든 부분에서 '왜'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그 궁금증을 가설로 만들어서 검증하는 방법을 좋아하기 때문이였다. 이를 위해 처음 시작했던 대학원 생활, 그리고 연구원 생활에서 찾은건 가설 검증을 수치로 통해서 하는건 정말 재미있어하고 좋아하지만, 그래도 나는 좀 더 '내 제품', '내가 바로 기여할 수 있는 프로덕트' 에 대해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게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이라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말많아 사람이였기 때문에 말을 많이, 많은 사람들에게 해야하는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군이 좀 더 마음에 들었던건지도 모른다(낄낄 지금은 말만 해도 기가 빨린다) 지금은 운이 좋게도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군으로 이직(직군 옮기기)을 진행하고, 지금은 또 한번 회사를 옮기면서 충분히 프로덕트에 대한 가설을 실험이라는 도구 혹은 분석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검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나는 내 일이 너무나도 재미있고, 이후에 어떤 직군으로 이직을 하지 보다는 오히려 '내 커리어의 끝이 데이터 분석가가 되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아직까지 이 문제의 답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는 답을 내진 못했지만, 이 회사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를 두어개 해결한 후에는 '데이터 분석가의 final stage' 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꼭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전에는(아마 진짜 예전에는) 직장이라는 곳은 자아실현을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계를 지속해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하는 곳이였던 것 같다. 직무도 마찬가지로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해야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진행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제는 직장,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 자아 실현을 위한 또 한가지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 또한 데이터 분석가를 이 회사에서 하는 이유는 내 가치를 직업에서 찾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내 스스로 이 일을 선택한 만큼, 나는 그래도 이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내 존재에 대해서 확인 받아가고 싶다. 오늘도 이렇게 또 열심히해야지! 라는 다짐을 한번 더 하며 다음에는 내 개인적인 회고 혹은 생각 글 보다는 실무적인 부분에 대한 글을 한번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