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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May 21. 2023

데이터 때문에 망하는 회사?

데이터를 안 봐서, 혹은 너무 봐서 망했다고요? 

사실 데이터를 안 봐서, 그리고 너무 봐서 망한 회사는 없을 겁니다.(제목 어그로) 그냥 데이터를 봤기 때문에 더 잘 빠르게, 더 잘 성장한 회사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약 두 달 전 팀의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서 팀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저번 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하시다면요.) 이 워크숍에서는 (1) 우리 회사에 현재 필요한 게 무엇이고 (2) 우리 팀에서 이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에 좀 더 집중하여 로드맵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워크숍 기간 동안 로드맵을 그리면서 팀 스스로에게 물어봤던 질문이 꽤나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중 팀의 로드맵을 위해 큰 역할을 한 질문 중 하나는 지금 우리 팀이 갑자기 오늘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회사가 망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8명이 다 동시에 '아니요'라는 대답을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모두들 공감했던 답변 중 하나는 지금 당장은 데이터에 대해서 정리해 줄 사람이 없어 힘들겠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아마 이후에는 우리가 없어진 것도 모르지 않을까요?'라는 답이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저 질문에서의 공통적인 답변을 얻고 바로 다시 서로에게 물어봤던 질문은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왜 망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약 30분 정도 의견 발산의 시간을 가지며 끝내 얻었던 답은 '사용자를 생각하지 않아서'였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답변일 수 있습니다. 모든 회사들이 잘 되고 있는 이유를 모아 모아 한 문장으로 풀어보면 '사용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 들만의 방식으로 사용자 문제 해결을 잘해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보는 이유는 '사용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혹은 '사용자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보니 제목과 같이 데이터 때문에 망하는 회사는 없을 수 있지만, 데이터(를 통해서 사용자를 위하지 않았기)때문에 망하는 회사는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질문을 통해 팀에서 어느 부분에 더 집중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팀원들은 함께 '데이터를 통해서 사용자에게 어떻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약 2박 3일의 워크숍 기간 동안 '회사를 위한 방향성'을 위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팀의 1년, 3년, 5년의 로드맵을 아주 이쁘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와서 제 자신에게 "데이터를 볼 때 항상 사용자를 위해 고민했는가."에 대해서 질문해 보니 답은 '네' 이긴 했지만 자신 있는 네!!! 가 쉽게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자 했던 이유를 몇 번 해당 블로그에서 언급했던 적이 있던 것 같아 찾아보니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어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재미있어서' 등의 답변을 했었습니다. 사실 제가 쓴 답변들을 본 후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회사가 사용자를 보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건지 혹은 스스로 사용자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제가 분석가가 되고자 했던 이유에 '사용자 혹은 유저'라는 단어의 언급이 하나도 없었다는 부분에 말이죠.
(그래도 분석가가 되기 위해 준비할 때 적었던 문서를 살펴보니
 '유저'에 대해서 생각했던 히스토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2020년에 써두었네요

이전에 혼자서 정리해 둔 글에 '좋은 서비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유저의, 유저에 의한, 유저를 위한 서비스라고 적어둔 부분을 찾았습니다. 초심을 찾아야겠습니다.



이 로드맵 이후에 저희 팀의 분석가 분들은 분석을 진행하기 전 문제를 정의할 때 '사용자를 정말 생각하고자 하는 분석인가'에 대해서 한번 더 체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전에는 사용자에 대해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사용자를 우선시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의식적으로 '사용자에게 좋은 거야?'라고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니 문제를 정의할 때도 '사용자'를 위주로, 분석 후 개선방향을 이야기할 때도 '사용자'를 위주로 생각하게 되는 걸 느꼈습니다. 내일 회사에 있는 모니터에 'USER'라는 단어를 적어 의식적으로라도 인지할 수 있도록 붙여놓아야겠습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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