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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Aug 28. 2020

4년 차 프리랜서 작가의 분풀이

책 홍보비 5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4년 차 프리랜서 작가의 분풀이





얼마 전 일곱 번째 신간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가 출간됐다. 기성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 아닌 터라, 홍보는 100% 내 몫이 됐다. 타의로 의한 '홍보'에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오히려 잘 됐다고 여긴 나다. 그러던 중, 메일 한 통이 왔다. 5만 원의 홍보비를 내면 자신의 sns는 물론 책 관련 인터넷 카페에 내 책을 소개하겠다는 내용이다. 솔깃했지만 바로 답하지 않았다. 5만 원.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액수일지 모르지만, 과연 5만 원을 투자해서 그 이상을 얻을 수 있을까 싶었다. 약 30여 권의 책이 팔려야 '손익 분기점'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30권이면 해볼 만하지 않나?'라고 여기는가? 아니, 30권은 결코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독자의 지갑은 생각만큼 쉽게 열리지 않는다. 며칠을 고민하는 동안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홍보 파이프를 내세웠다. 두세 번째에는 답신을 보내지 않았는데, 왜 답변이 없냐고 하더라.



'그래, 저렇게 자신 있어 하는데 투자해 보자!'



5만 원을 그에게 송금했다. 그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당일 오후 5시 안으로 해당 sns에 기재될 거라 했다. 그날따라 시곗바늘이 삼백 살 먹은 거북이보다 느리게 가는 듯했다. 이번에는 판매 부수에 연연하지 말고 방목하려 했지만, 투자한 만큼의 기대를 저버리긴 어려웠다. 그가 내세운 10여 군데의 홍보 파이프를 신뢰한 까닭이다. 오후 5시가 되기 전, 그는 약속한 대로 업로드한 URL 주소를 보냈다. 그런데...





그가 말한 인터넷 카페들은 회원은 많지만 조회 수가 두 자리도 되지 않았고, 심지어 회원이 아니면 글을 볼 수조차 없었으며, 네이버 혹은 다음 사이트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여기서 노출은 '상위 노출'을 말한 게 아니다. 그건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최신 글'에서는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카카오스토리에 기재했다는 글 역시 직접 볼 수는 없었다. 아니, 홍보가 무언가.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돈을 지불한 사람에게 투자 비용 이상의 효과를 얻게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래, 투자 비용을 넘지 못하더라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밀물이 올라오듯 후회가 밀려왔다. 책 소개도 서평이 아닌, 내가 보낸 목차, 글귀, 표지 사진 등만 올려주는 형식인데 10여 군데에 기재될 거라 해서 이해했다. 서평의 수고까지 더해지면 양심상 5만 원은 적은 듯해서다. 중요한 건, 지금 그 글은 한두 군데를 제외하곤 전혀 볼 수 없으며, 어느 누가 내 신간 소식을 접했는지 알 수 없다. 검색이 전혀 되지 않을 뿐더러, 인터넷 카페를 가입해야만 알 수 있으니까. 그에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몇 군데는 아예 볼 수도 없고, 카페는 가입해야만 하며, 조회 수는 두 자리도 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의뢰인인 내가 정당하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는 한 군데의 경로만 이야기할 뿐, 그 외 매체에 대해 발언은 하지 않았다.





홍보 '홍'자만 들어도 속이 울렁거리는 내가 무슨 바람에 또 선을 넘었단 말인가. 그래, 누굴 탓하리. 탓하려고 쓴 글이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내 손으로 송금했으면서 무슨... 타인의 제안이나 압력이 아닌, 내가 원하는 홍보는 이미 진행했다. 책 관련 인터넷 카페 한 곳과 인스타그램에서의 서평단 모집이 그것이다. 아, 차라리 그 5만 원으로 서평 인원을 더 늘려야 했나? 다른 이벤트를 하나 더 해야 했나?



과거, 홍보비로 수백만 원을 썼다. 책이 뭔지, 인세가 뭔지, 출판사의 눈치가 뭔지. 내 마음이 온전히 허락하지 않는 한 다시는 1원 한 장도 내놓지 말자 했건만. 이렇게 나는 후회를 안고 5만 원을 떠올린다. 정신 좀 차리자, 이지니!



* 홍보를 제안한 그분이 잘못했다는 얘기가 아닌, 또다시 이런저런 제안에 넘어간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쓴 글이니 오해하지는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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