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 때 날 도운 이의 은혜는 더욱 잊지 말기를
_ (feat. 그녀의 달달한 말)
어젯밤부터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을 읽고 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흐름 속에 나를 멈칫하게 한 글귀가 있었으니...
내가 우울해 하면 그녀는 나와 아픔을 함께 나눈다. 반대로 내게 좋은 일이 있으면 내 뒤 어딘가에 서서 누구보다도 크게 응원의 함성을 지르고 누구보다도 환하게 미소를 지을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다. 때때로 나는 게일이 나의 '착한 자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야"라고 말해주는 그런 존재 말이다. 확실한 것은, 게일은 내가 진정으로 기댈 수 있는 친구라는 사실이다. 그녀 덕에 나는 진정한 벗을 가지는 기쁨과 진정한 벗이 되는 기쁨을 모두 알게 되었다.
값없이 베푼 네 은혜를 어찌 잊으리
오프라 윈프리에게 '게일'이라는 벗이 있다면, 내게는 '카란'이 있다. 2016년 가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될 것만 같은 날에 그녀를 처음 만났다. 책 쓰기 수업에서 만난 우리는 나이도 같아 금방 친해졌다. 무엇보다 가치관이 '데칼코마니'다. 7주 과정의 수업이 종강할 땐 속이 후련했지만, 수원에 사는 그녀와 인천 끝자락에 사는 내가, 앞으로 얼마나 자주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사무치게 아쉬웠다. 누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고 했나. 우리의 우정은 장거리도 막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애 첫 종이책을 출간하려 글을 쓸 때였다. 책 쓰기 수업 비용으로 이미 수백을 쓴 상태에, 그 외 비용까지 엄청나게 투자해 빚이 산더미였다.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면 고스란히 카드값으로 빠졌다. 커피 한 잔 사 마실 돈이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 누가 만나자고 하면 돈이 드니, 이런저런 핑계로 나가지 않았다. 현대판 자린고비라며 혀를 차도 어쩔 수 없었다. 내 형편을 어느 정도 알던 그녀는 "지니야, 난 커피 잘 안 마시니까, 너한테 보낼게!"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내게 커피 교환권을 보냈다.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매일 좁은 방 안에서 원고를 쓰는 내가 안쓰러워, 가끔은 친구들과 바람 좀 쐬며 기분 전환하라는 그녀의 숨은 뜻을. 내 자존심에 행여 작은 흠집이 생길까 봐, 나를 배려한 그녀의 손길을.
"지니야, 지금 네가 쓰는 주제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한술 더 뜬 그녀는 내게 참고 도서까지 선물했다. 이뿐만 아니다. 당시 엄마가 편찮으셔서 입원했는데, 가족 안부를 묻길래 별 뜻 없이 말했더니, 퇴원하시면 드리라며 전복죽을 사 보낸 그녀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껏 그녀의 마음을 잊지 않고 보답하리라 했지만, 이날로 나는 더욱 다짐했다.
그녀가 내게 값없이 베푼 은혜를
절대로 절대로 잊지 말자
지금의 나는, 커피 한 잔 여유롭게 마실 형편이 됐다. 하여 불과 몇 년 전의 마음과 손길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녀가 내게 했던 것처럼, 이제는 나도 그녀에게 서프라이즈를 보낸다. 그녀에게 쓰는 돈은 1원도 아깝지 않다. 아니, 더 좋은 선물을 주고 싶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적지만 베풀 수 있을 때부터 하고 싶어서다. 대가 없이 베푼 그녀의 마음을 알지만, 너무 힘들던 시절에 받은 손길이라, 머릿속에 담아둔 채 놔둘 수는 없다.
"세상에! 지니야, 이런 서프라이즈 선물을 내게 하다니! 정말 감동이다."
"아니야, 네가 내게 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런 걸 기억하다니. 별것도 아니었는데, 뭘."
별것 아닌 게 아니다. 내게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될 사랑이다.
누구보다 내 글을 응원하는 그대여!
종이책으로는 다섯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처녀작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격한 응원을 잊지 않은 그녀다. 한두 권은 지인들에게 "내 책 나왔으니, 사서 꼭 읽어 봐!"라고 말할 수 있어도, 세 권이 넘어가면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책이 나와도 지인들에게 소식은 전하돼, 구매를 유도하진 않는다. 강매당하는 기분일까 봐. 그런데 그녀는 다른 이들과는 좀 다르다. 책이 나오자마자 구매하는 건 물론, 여분의 책을 더 구매해 자신의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이 행위가 절대 쉽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더없이 고맙고 미안하다. 더 좋은 글, 마음 따스한 글로 보답 아닌 보답을 하고 싶다. 진심으로.
이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올린 내 블로그의 글을 볼 때마다 술술 잘 읽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다른 작가와 비교하는 말보다, 예전의 나와 비교해 많이 성장했다고 말해주는 그녀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처음 책을 쓰던 그때의 나를 잘 아는 그녀의 말이라 믿기로 했다. ㅎㅎㅎ
진실이든 아니든 믿기로 ^^;
이번 원고를 준비하면서 그녀의 한량없는 칭찬에 또 한번 놀랐다. 출판사 편집자의 손에 닿으면, 목차 등 여러 부분이 수정될 수 있지만, 반응이 아주 난리다. 과거 방청객을 역임한 나로서, 그녀는 100점 만점에 101점이다! 혹자는 그녀의 과한 칭찬이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물을 수도 있을 텐데, 아래에 있는 김신회 작가의 『심심과 열심』의 글귀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근데요, 언니. 다들 그렇지 않아요? 저도 누가 제가 만든 거세 대해 자꾸 충고하면 듣기 싫어요. 특히 친한 사람들이 그러면 더 싫어요. 친한 사람들한테는 좋은 이야기만 듣고 싶어요. 안 좋은 이야기는 밖에서 충분히 듣는데, 가까운 사람들한테까지 들어야 돼요?"
자기 일에 확신을 갖고 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확신이 일이 되게 만드는 경우는 또 얼마나 있을까. 혼자 내용을 정하고, 쓰고, 고치고, 세상에 내놓는 일은 즐겁고 보람차지만 그만큼 외로운 작업이기도 하다. 작업하는 내내 '이거 맞아? 너 이거 확실해?'라고 스스로 수백 번 물어보기 마련이라 결과물이 나오면 적어도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지지를 받고 싶다. (중략) 충분히 읽어 본 다음에, 마음을 담아서, 내가 들인 노력을 알아주고 나의 미래를 응원함과 동시에 애정도 담뿍 느껴지는 피드백을 받고 싶은 것이다. (중략) 이제는 누군가가 쓴 글에 대해 일부러라도 입을 다물어야겠다. 특히 내가 응원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아끼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칭찬할 수 없을 때는 침묵할 것. '충조 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 떠오를 때 역시 침묵할 것. 대신 칭찬은 아낌없이 건넬 것. - <달달한 말만 듣고 싶어 中>
그녀의 응원에 힘입어 내년 2월부터 글쓰기 수업은 물론 책 쓰기 특강을 시작하련다. 그녀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푹 빠졌다. '요리'를 주제로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누가 알려준 것 없이 스스로 공부하고 터득해, 준비하는 데만 하루에 서너 시간을 투자한다. (주 6일을 출퇴근하는 그녀인데,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엔) 며칠 전, 그녀의 팔로워가 1천을 넘었다. 제대로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얼마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인지 알기에, 놀랍고, 대견하고, 내 일처럼 기뻤다. 과정은 힘들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꾸준히 하는 우리가 기특하고 멋지다. 언제나 서로의 편이 되어 주는 우리가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나저나 그녀의 말대로 내년에 신간이 나오면, 좋은 기회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 좋겠다. 프리랜서 무명 작가도 충분히 바쁘고, 먹고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 자랑이 아닌, 나와 비슷한 혹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이에게 '가능성'을 전하고 싶다. 방청객도 울고 갈 그녀의 격한 응원이 있으니 이뤄지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