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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May 02. 2022

태어나서 이런 선물은 처음입니다.

태어나서 이런 선물은 처음입니다. (feat. 에세이 수업 수강생분이 주신 편지)











『에세이 수업』을 진행해 주신 이지니 작가님께





저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첫 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하면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게 할까?’가 저의 목적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에세이라지만 그냥 간단한 글쓰기 강의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이 벗어난 것이 뜻밖의 선물처럼 여겨졌습니다. 작년에 도서관의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여러 회기에 걸쳐서 작가님들의 글쓰기 강의를 들었는데요. 그때도 분명 강의에 대한 만족도는 무척 높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지니 작가님과의 대면 강의를 접하다 보니, 비대면 강의는 아무래도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그래서 이지니 작가님과의 대면 강의가 더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글쓰기 과제를 내주시고 직접 낭독을 하게 하시니 더 실감 나게 듣는 재미가 쏠쏠하였습니다. 같은 주제에 어쩌면 이렇게 다른 글들이 쏟아질까 싶어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세 번째 수업에서 일대일로 퇴고도 해주시고 부족한 부분을 콕 집어 가르쳐주시니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의 도서관 강의가 개론이나 교양이라면 이지니 작가님 강의는 전공 같은 느낌이랄까요?



글이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제를 하다 보니 과거가 자꾸 저를 초대하더군요. 저도 잊고 있어서 켜켜이 먼지가 쌓여 있었던 기억의 저편에서 손짓하는 기분이요. 하지만 기억이 왜곡되는 탓일까요? 아니면 지나간 것은 아쉬워서일까요? 조심스레 먼지를 쓸어내면서 드러나는 기억의 조각들이 소중하고 아름다워만 보였습니다. 분명 안 좋은 기억들도 많았을 텐데 말입니다.



첫 과제는 처음 써보는 에세이라서인지 꽤 재미있고 신선했습니다. 두 번째는 코로나 이후라서 인지 당장에 기억나는 것들이 없어서 부담스러웠고요. 세 번째는 다른 분들의 글을 접하면 접할수록, 초보인 저는 접근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마음이었습니다. 쓰면 쓸수록 진솔하게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이것도 나의 페르소나인가?’라는 잡히지 않는 괴리감이 들었습니다.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뭔가 자연스러움이 빠진 인위적인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마음이 가고, 재미있고,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나 문장을 필사하란 말씀에 시를 아이에게 필사시키거나 독서모임에서 밴드에 글 나눔 할 때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인용하긴 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살다가 삶이 힘들다고 말할 때, 지금 들은 필사의 기억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잘 견뎌내게 하고 마음을 잘 무르익도록 해줄 것만 같습니다.





이지니 작가님 인상은 예쁜 하얀 풀꽃 같으시고 그 꽃에선 잔잔하고 은은한 향이 나는 듯합니다. 그런데 강의는 야무지고 단단한 힘이 느껴집니다. 인용하는 글들도 다 인상적이어서 작가님이 언급한 책들은 시간이 나면 다시 읽어 볼 예정입니다. 이지니 작가님 하면 이젠 남편분도 같이 떠올려질 것만 같습니다. 첫 강의에서의 말씀이 꽤 인상적으로 남았나 봅니다. 어쩐지 아름다운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최근에 이도우 작가님의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를 읽었는데요. 그 안에서 등나무 꽃의 꽃말이 “어서 오세요, 아름다운 나그네여”라는 글을 접하고는 어쩐지 저희 만남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과 짧은 봄 같은 만남이 아쉬움만 남기네요. 작가님이 앞으로 쓰시고자 하시는 책은 어떤 책일까요? 부디 어떤 책이든지 출간하시는 책마다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이름도 무명작가가 아닌 유명 작가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최근에 어느 베스트셀러 작가분 강의를 들었는데요. 너무 지치셔서 기대 없이 쓴 작품(시간이 지나서 정확한 표현은 아니고 제게 남아 있는 느낌임)이었는데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네요. 그러다 보니 기존의 작품들도 재조명되는 영광도 얻게 되었답니다. 작가님에게도 그런 행운이 따르기를 소망할게요. 오래오래 어디서나 작가님의 이름을 들었으면 합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마무리 인사로 작가님께 『체로키 인디언의 축원 기도』를 바칩니다.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대 집 위에 부드럽게 일기를.

위대한 신이 그 집을

찾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그대의 신발이

눈 위에 여기저기 행복한

흔적을 남기기를,

그리고 그대 어깨 위에

늘 무지개가 뜨기를.






K 님.


안녕하세요, 이지니예요. 아, 저 울고 있어요... 선생님이 보내신 '글 선물'을 읽는 내내 말이죠... 태어나서 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 봅니다. 지금 내 기분을 어찌 말씀드려야 오롯이 선생님께 닿을지 모르겠어요. '어떤 단어로도 표현이 안 된다'가 딱 맞는 말일 거예요... 귀한 선물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강의로는 겨우 3년 차라서, 많이 부족한 저인데, 사랑의 눈으로 마음으로 봐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더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만 2년 동안 늘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다가, 처음으로 대면을 하게 된 저였어요. 선생님의 인자한 모습과 마음속까지 녹을 듯한 편안한 목소리로 첫 수업의 긴장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은은한 향이 나는 사람도, 하얀 풀꽃 같은 사람도 아니라서 부끄럽습니다. 선생님의 한 마디로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꿈이 생겼어요. ^^


선생님의 '글 선물',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진심을 다해 고맙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블로그에 글을 올려도 될까요? 많은 사람에게 마음껏 선생님의 글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나도 이런 분과 인연이 닿았다고 자랑하고 싶어요!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니니,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 그럼, 남은 하루도 평안하세요. _ 이지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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