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니 Sep 09. 2020

쌍문동 가는 길

서울 도봉구 쌍문채움도서관 온라인 글쓰기 start!

쌍문동 가는 길 : 서울 도봉구 쌍문채움도서관 온라인 글쓰기 start!






성난 태풍이 발광하듯 헤집고 간 뒷모습은 민망할 만큼 고요했다. 거기에 청명함까지 더해진 오늘 오후, 곱디고운 하늘색 도화지에 물든 새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서울 도봉구 쌍문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쌍문 채움 도서관'에서 온라인 글쓰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내가 사는 인천 송도에서 도서관까지는 자동차로 편도 1시간 30분, 왕복 3시간이 소요된다. 코로나19로 가까운 거리도 잘 안 가는 터라 왕복 3시간은 여행이나 다름없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북한산을 마주한 건 정확히 7년 만이다. 목적지에 닿을수록 '노원구', '도원구'라고 적힌 이정표가 얌전한 심박수를 건드린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보는, 매일 걷는, 매일 맡는 냄새가 내게는 그저 좋아하는 연예인을 실제로 본 듯 신기하다. 쌍문동이 그렇다. 이곳은 약 5년 전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지다. 당시 '저 먼 곳을 무슨 연유로 가게 될까' 했는데, 기회가 왔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아차! 만화 영화 '둘리'의 배경지 역시 쌍문동이구나. 어쩐지 지나는 곳곳마다 둘리와 그의 일당들의 동상이 눈에 띈다. 버스정류소에 나란히 서 있는 둘리 가족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심지어 '둘리 뮤지엄'까지 있다. 난 관광 목적이 아니니 지나칠 수밖에. 내 머릿속에 조용히 숨 쉬던 곳. 그곳을 꺼내 눈앞에서 만나다니. 도서관 온라인 글쓰기 강의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뭐, 와야 할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왔겠지만...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코로나19만 아니면 근처 맛집을 찾아 입 호강을 시키고 싶지만, 곧장 차에 올랐다. 왕복 3시간과 수업 1시간 30분을 내내 앉아 있었더니 엉덩이에 불이 날 것 같다. 그렇다고 귀갓길 풍경을 놓칠 순 없다. 산을 오를 때 미처 보지 못한 풍경을 내려올 때 본다고 하지 않던가. 나 역시 수업이 안긴 약간의 긴장으로 놓친 풍경이 분명 있을 테다. 중요한 건, 다음 주 화요일에도 이 길을 다시 와야 한다. 먼 길이지만 쌍문동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쌍문동, 짧은 만남이었지만 행복했어. 우리, 다음 주에 다시 만나!






빈 강의실에서 온라인 수업 준비를
지은 지 1년도 안 된 New 도서관



먼 길
북한산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관 글쓰기 수업 1주 차 때 들은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