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니 Nov 08. 2020

글 쓸 때마다 '글감' 고민이 있다면?

나름대로 글쓰기 팁

글 쓸 때마다 '글감' 고민이 있다면?








내 책 내용의 대부분이 '말'





“언니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실행을 참 잘하는 것 같아요. 마치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처럼요."라고 하는 거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라며 되물었더니, “어떤 일을 할 때 내 생각만큼 잘 안 되면 좌절하고 포기할 텐데, 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음 스텝을 생각하고 또 바로 실행하고 있어요. 볼 때마다 신기하고 대단해요.” _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두 개의 대사를 기억한다. “기다려, 기다릴 줄 알아야만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엄마가 늘 말했었지.” 자라면서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들었던 말. ‘기다림’ 그리고 ‘타이밍’. 별것도 아닌 대사일 수 있는데 내 심장 가운데에 명중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아끼고 싶다는 이유로 빠른 방법을 원했던 나. 그로 인해 여전히 흔적으로 남은 아픈 기억들. _ 오감(五感)이 숨 쉬는 삶으로



“연극을 할 때 1년에 20만 원을 벌었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했죠. 연기 지도뿐 아니라, 마트 일, 간장과 녹즙 등을 팔기도 했어요. 제가 45세에 방송 데뷔를 했는데 40세까지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한 거예요. 지나고 보니 헛된 시간이 아니더라고요. 그 일로 저는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게 됐어요. 어릴 때는 막연하게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배역을 맡기 위해서는 만들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얼굴이 주는 느낌을 무시할 수 없는데, 아마도 배우로서의 얼굴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_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











중요한 건, 무조건 메모!






위 이야기는 내 책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에서 발췌했다. 글 쓰는 사람에게 영원한 숙제는 ‘글감 찾기’일 것이다. 나 역시 거의 매일 글을 쓰면서 ‘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쓸까?’라며 고민하지만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 이유인즉슨,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나 상대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메모하기 때문이다. 이 습관을 쌓은 지는 꽤 오래됐다. 특히 상대는 나와 ‘아는 사이’일 수도 있고, TV 매체에 나오는 어떤 이일 수 있다.



지인과 대화하다가 ‘괜찮은 글감’을 만나면, 내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는다. 대화 내용을 구구절절 적으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한 문장 정도만 적어둔다. 메시지로 주고받았을 때는 글감이 될 부분을 캡처해 내 문서에 정리한다. TV 매체에 나오는 경우 역시 빠르게 메모하거나 내용이 길다 싶으면 동영상으로 남긴다. ‘말’을 ‘글감’으로 활용해서인지 글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으로 출간되기라도 하면, 기꺼이 글감이 되어 준 지인들은 “어머, 내가 저렇게 멋지게 말했단 말이야?”라며 놀란다. 책에 싣고자 어느 정도 각색하지만, 본연의 모습은 그대로 놔둔다. 당연히. 처음에는 귀찮을 법해도, 이런 수고도 없이 글을 쓰겠다고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싶다.



말에 귀를 기울이면 쓸 만한 소재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오늘 가족과 나눈 대화, 대중교통 안에서 타인들의 대화, TV 속 자막에 꽂힌 문장, 라디오에 스친 DJ의 말, 잠들기 전 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 등 생각지도 않은 글감이 무수히 흘러갔다는 걸. 자, 그럼 당신의 안테나를 올려 보자.









작가의 이전글 2020년 하반기, 나의 실행 세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