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좋으라고 하는 입바른 소리가 아닙니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A 도서관에서 성인 글쓰기 2회 차를 진행했다. 오늘의 주제는 '생각이 곧 글이다'와 '짧은 글쓰기'였는데,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글로 뱉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글 쓰기에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 8명의 수강생분들이 열심히 적고 있을 때 나는 수업 대본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 10분 후
수업 중에 글 쓰는 시간이 있음을 알린 건 수업이 시작되기 불과 10분 전이었다. 예고도 없이 불쑥 진행하는 거나 다름없기에 수강생분들의 글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평가하려는 게 아닌(감히 누구의 글을 평가할 역량이 내겐 없다), 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한 시간이었기에. 그런데 세상에... 한 분 한 분의 글을 들을 때마다 내 입에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갑작스레 쓴 글이 이 정도인데, 퇴고한 글이라면 과연 어느 정도일까, 싶었다.
A 분의 솔직한 글, B 분의 공감이 가는 글, C 분의 유쾌한 글, D 분의 감동스러운 글, E 분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 지니의 요술 램프 안에서 보물이 쏟아져 나오는 걸 바라보듯 내 입이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본래 리액션 부자인 나지만, 그걸 떠나 정말로 다들 잘 쓰셨기에 그랬다. 서로가 쓴 글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강사인 나 혼자서 주절주절하는 것보다 서로의 생각을 나눔이 100배 좋은 시간이라 여긴다. 같은 글이지만 '내게 와 닿는 문장'이 다르다는 것 또한 나눔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한 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다들 너무 잘 쓰셔서... 아이고..." 글을 읽기 전부터 사랑 고백을 앞둔 소녀처럼 얼굴이 빨갛게 익은 수강생 A님. 자신의 글에 영 자신이 없는 말투와 부끄러운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분의 글을 다 듣고 내가 느낀 건, '지나친 겸손'을 소유하셨다. 첫 문장부터 독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이 됐다. 마치 막 잡아 올린 물고기를 바닥에 내려놓은 것처럼 팔딱팔딱 뛰는 생생한 문장이었다.
또 다른 분은 바로 책으로 출간해도 될 만큼 군더더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 글을 쓰셨다. 심지어 독자를 기분 좋게 하고,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글이었다. 솔직히 이런 글을 쓰는 분들은 무조건 책을 쓰셨으면 좋겠다. 혼자 쓰고, 혼자 읽기엔 너무나 아쉽다. 이런 분들이 책을 내지 않는 건 '죄'다!
이 달부터 온라인 책 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블로그 수업 공지에 적었지만, 책을 내는 이유가 비단 글을 잘 써서만은 아니다. '실행'했기 때문이다. 꾸준히 글을 쓰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 내 글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평소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신 분, 실패할지라도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분이라면 책을 썼으면 좋겠다.
여하튼 이번 A 도서관의 수업을 듣고 계신 분들 모두 책을 쓰실 능력이 충분히 되시니, 이 글을 보신다면 부디 써 주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