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출판사, 이연실 편집자님이 쓴 <에세이 만드는 법>
유유 출판사, 이연실 편집자님이 쓴 <에세이 만드는 법>
책 글귀 :
또 내가 해 볼 만하다라고 생각하는 다른 유형의 원고도 있다. 아무리 이름 없는 신인 작가이고 소재는 마이너하며 다소 괴상한 내용일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이 연이어 떠오르는 원고가 있다. 띠지 카피도 떠오르고 기똥찬 제목도 머릿속에 지나간다. 재미난 광고 문안과 굿즈, 이벤트가 연달아 떠올라 혼자 히죽거린다. 다른 사람이 뜯어말려도 '팔 수 있겠다'는 신호가 온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누구에게라도 이 작가와 이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는 열의'에 가까운 것일지 모르겠다. 이런 원고를 만나면, 나는 판을 키워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계약서를 꺼내든다.
지니 :
나도 언젠가는 대형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다. 책을 쓰는 작가라면 대놓고 말하진 않아도 '바라는 꿈'일지도 모른다. 이연실 편집자님의 말처럼 이름 없는 작가의 글이라고 해도, 괴상한 내용일지라도, 함께 일하고 싶은 원고가 있단 말이지? 음... 그게 뭘까? 오늘부터 100일 동안 물구나무서서 등산해야 하나, 화장실에서 100일 동안 글쓰기를 해야 하나, 매일 아침 오프라인 서점 영업시간에 맞춰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하나. 그러곤 느낀 점을 글로 적을까? 에이, 관두자. 뭐든 억지로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대형 출판사에서 책을 내지 않으면 어떠랴. 지금껏 그래왔듯 가장 나다운 주제로 나답게 글 쓰자!
책 글귀 :
기획편집자 출신으로 문학동네 대표이사가 된 김소영 대표님은 얼마 전 기획회의에서 이런 얘기를 들려주셨다.
"편집자가 한 권의 책을 맡으면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수개월, 때로는 몇 년까지도 좋든 싫든 그 원고를 붙들고 살아가야 한다. 기획안을 올리기 전,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되묻길 바란다. 나는 정말 이 원고에 수개월 그 이상을 헌신할 준비와 각오가 되어 있는가? 그만큼 이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깊이 알고 싶은가? 편집자로서 내가 이 책을 정말 확신을 갖고 만들어 내고 싶은지,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내가 '기획을 위한 기획'을 하는 건 아닌지, 거듭 묻고 각자 답을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책 한 권을 완성하는 데는 상당한 체력과 마음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 원고에 수개월을 헌신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편집자인 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지니 :
한 달에 서너 권 이상의 책을 찍어 내느라 내 원고에 한 달은커녕 보름 이상을 붙들지 않는 A 출판사, 비록 무명작가의 글이지만 콘셉트 하나만을 보고 손을 잡아준, 그것도 모자라 세 달 넘게 내 원고만을 붙들고 밤낮을 헌신하고 있는 B 출판사. 둘 다 겪어서인지 B 출판사 관계자분들께 더욱 감사한 마음이다. 이 책을 통해 '편집자'의 자세(?)에 대해 알게 됐다. 좋은 글을 써야 하는 작가,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편집자. 앞으로 내가 만날 편집자님들의 마음 또한 이러하기를 소망하며. 그동안 나는 더 좋은 글, 재미있는 글, 마음에 깊이 남는 글,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려 노력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