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한다. 그중 하나가 노랫말이다. 아주 예전부터 책을 쓰는 ‘작가’라는 꿈을 꾼 적은 없지만 아름다운 멜로디에 가사를 입히는 일을 하는 ‘작사가’는 되고 싶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잠자기 전 머리맡에도 노래를 떼어 놓은 적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멜로디에 심취할 때, 나는 노랫말에 집중한다. 이별의 아픔이든 사랑의 달콤함이든 그 계절의 색깔이든 멜로디를 감싸는 가사 하나하나에 마음을 뺏겨서다.
중학생 때부터 입 밖으로 나오는 즉흥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흥얼거렸다. 누가 보면 피아노나 기타 등의 반주 도 없이 하는 그저 우스꽝스러운 놀이에 불과할지 모른다. 습작 노트 하나 없이 말이다. 그날의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마음대로 노래를 읊조렸다.2016년, 전문가에게 제대로 작사를 배우고 싶어서 작사 전문 학원에 등록했다. 당시 분당에 있는 A 학원에서 2개 월, 강남에 있는 B 학원에서 4개월을 다니며 노랫말을 20편 정도 썼다.
_ 이지니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中
튼튼이가 태어나고 나서 그러니까 조리원에서부터 나의 자작곡 버릇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아, 이때부터 녹음을 했어야 했다. 녹음하지 않은 곡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20곡은 넘을 듯한데... 기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특히나 한 번 흥얼거린 멜로디나 가사야말로 뒤돌면 잊히는 걸 알면서도 녹음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하긴, 수유하랴, 때마다 식사 및 간식 먹으랴, 잠시 눈 좀 붙이랴 정신없는 조리원 생활에 녹음할 여유가 어디에 있을꼬... 여하튼 지금껏 저장된 건 총 5곡! 앞으로 튼튼이에게 내가 만든 노래를 들려줄 때마다 휴대폰 바탕화면에 놓인 '녹음' 버튼을 누르리라!
녹음한 노래를 튼튼이에게 들려주니 내게 환한 미소를 날린다. 창밖에서 들리는 비바람 소리도 아기의 미소에 감동했는지 이내 잠잠해진다. 기타나 피아노 연주 없이 말 그대로 '내 맘대로의 흥얼거림'이지만, 튼튼이를 향한 내 마음을 전하는 데에 이만한 도구도 없지 싶다. 아기가 좀 더 자라면 그동안 만든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 이참에 녹음실을 빌려 튼튼이만을 위한 앨범을 만들까나? 흐흐! (내가 더 신났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지만, 놀랍게도(?) 튼튼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지는 않는다. 뭐, 아직 생후 5개월밖에 안 됐지만, 이상하게 책보다 노래를 더 가까이해주고 싶다. 튼튼이가 배 속에 있을 땐 내가 해야 할 일이 책 쓰기인지라 의도와는 상관 없이 글쓰기, 책 읽기로 태교했지만 (만삭 때까지 하루에 최소 5시간 이상을 서재에 있었으니) 배 밖으로 나온 이후부터는 가수가 부르든, 내가 부르든 하루도 빠짐없이 노래를 들려준다. 가끔은 낼모레 마흔인 어미의 처절한 율동까지 선보이면서 말이다.
아기에게 들려주는 노래라 가사와 멜로디가 두부를 자르듯 쉽고 단순하다. 아무렴 어떠랴. 세상에 단 한 사람, 우리 튼튼이를 위해 만든 노래인 것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