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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May 26. 2021

꽃 선물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꽃 선물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나는 실용성 있는 선물을 주고 받기를 좋아한다. 내 생일이나 축하로 선물을 받는다면 '그것'이 실생활에 필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테면 상품권이나 의류, 잡화 혹은 주방 용품 등이다.


누군가 내게 "그럼,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은 뭔가요?"라고 물으면 1초의 망설임 없이, "꽃이요!"라고 말할 테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각양각색의 꽃을 보고 즐긴다. 특히 봄이 되면 공원에 하나둘 고개를 내미는 꽃들에게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라며 오글거리는 멘트를 눈 하나 깜짝 않고 건네는 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군가 내미는 '꽃 선물'에는 달갑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선물에 대한 고마움보다 '아, 내가 뭘 필요로 할지 몰라 꽃 선물을 한 거라면 차라리 상품권으로 주지...'라는 생각이 앞섰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들수록 꽃을 좋아하게 된다'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었는데, 그래서일까. 이제는 꽃 선물 앞에 "감사합니다!"라는 말보다 얼굴이 먼저 기쁜 마음을 드러낸다. 입꼬리가 진즉에 귓가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러곤 유리병에 물을 반쯤 채워 꽃을 꽂는다. (멋진 유리 꽃병을 하나 사야겠다) 꽃잎 근처에 코를 가져다 대면 십수 년 동안 나를 떠나지 않는 비염마저 자취를 감춘다.


"아, 향긋해라!"


욕심을 좀 부리자면, 생일이나 기념일 등의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꽃 선물을 받으면 좋겠다. 눈치 빠른 나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할 어느 날, 내게 내민 한두 송이 꽃에 더욱 감동할 테다. 거기에 마음을 담은 엽서 한 장이 함께라면... Game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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