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제주도에 있는 모 독서동아리의 총무님으로부터 메일이 왔어요. 주제 선정, 퇴고 방법 등 글쓰기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 특강을 진행해줄 수 있느냐고요. 나는 망설임 없이 수락했습니다. 동아리 회원님들이 특강을 원하는 날짜가 26일(엊그제)이었어요. 그날은 친정 엄마 생신이라 가족 모임이 있었죠. 하여, 모임을 갖기 전인 오전 9시에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글쓰기 및 책 쓰기 특강이든, 몇 주 차에 걸친 수업이든, 원고 청탁이든 글과 연관된 기회는 되도록 잡으려 합니다. 가끔은 두렵고 떨리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내 자산이,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죠.
총무님의 제안 이후 특강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내게 주어진 건 2시간. 그동안 짧으면 4주, 길면 12주를 진행한 글쓰기 수업을 단 2시간으로 줄여야 했어요. 전해드리고 싶은 내용이 많은데, 특강이다 보니 알짜배기만 넣어야 하는 거죠. 글 쓰기 전의 마음가짐부터 필사의 중요성, 글감 찾기, 퇴고하기 등 총 10개의 챕터를 넣었습니다. 이 모든 걸 과연 2시간 안에 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하루 만에 끝나는, 그것도 단 2시간짜리 강의지만, 듣게 될 분들이 '아,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내게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라는 마음이 들길 바랐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 9시에 온라인 글쓰기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예정대로 제주도에 사는 20-30대 직장인이었고요. 파릇파릇한(?) 분들과 함께하니 나까지 좀 더 젊어진 기분이 들어 에너지가 더욱 샘솟았어요. 가뜩이나 걸걸한 내 목소리가 아침이라서 더욱 굵었지만요.
5년 차 무명작가를 알 리 없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한 내용을 꺼냈어요. 준비한 10가지 주제를 전부 전하고자,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입에 모터가 달린 듯이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발음은 또박또박하려 애썼어요.
"속도가 많이 빠른가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아주 촉박하지는 않았어요.
강의나 강연을 진행하는 분들, 청중 앞에 서는 누군가(선생님이나 종교 지도자 등)는 듣는 이의 반응이 없으면 힘이 빠집니다. 온라인에서는 더 그래요. 가뜩이나 상대의 얼굴만 볼 수 있는데, 거기에 어떤 표정이나 반응도 없이 멍~하니 있다면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기운의 나사가 스멀스멀 빠지기도 해요. 다행히 참석한 5분은 "어머!", "아!" 등의 반응은 물론 놀람이나 끄덕거림, 미소 등을 지어주셔서 나사를 죌 수 있었어요. 중간부터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한 분 한 분께 질문했어요. 현재 자신이 사용하는 글쓰기 플랫폼은 무엇인지,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A4 한 장 이상 분량의 글 다운 글을 쓰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저는 블로그나 브런치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쓴 글을 모아 내 컴퓨터 파일에 넣어뒀어요. 다 합치면 A4 120~130장 정도 될 것 같아요." "좋아요! 그렇다면 올해 안으로 출판사에 투고하세요!" "헉!... 네, 네! 알겠습니다!" 확실한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진도가 잘 안 나가지요. 작은 목표라고 명확해야 실행할 확률이 커지니까요. 이미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썼는데, 더 지체할 이유가 있을까요? 실행(투고하기)하면 되죠!
꿈의 시작은 아무것도 아닌 듯한 작은 움직임에서
특강을 종료할 때쯤 참석한 5분께 앞으로의 다짐이나 소감을 들었습니다. 2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한두 개라도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지요. 꾸준히 메모한다든지, 한 달에 한두 편은 글 다운 글을 쓴다든지, 블로그든 브런치든 글쓰기 플랫폼을 개설한다든지, 내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서 고쳐 쓴다든지요. '꿈을 이루다'라는 말은 아무것도 아닌 듯해 보이는 '작은 실행'이 만들죠. 당장은 결과를 알 수 없어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말. 더 나아가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됩니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많은 분께 동기를 부여 드릴 수 있는 이유는, 2011년 11월 스마트폰 메모 앱에 적은 두 줄의 시작 덕분인 것처럼요.
프린랜서 작가 삶의 만족도는 100% 그 이상이에요. 처음에는 그저 내가 좋아서, 잘하고 싶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들어선 이 길이에요. 책을 쓴 6년 동안 다양한 분을 만나니, 내 경험으로 동기를 부여해 드릴 수 있으니 더욱 이 길 위를 내려오고 싶지 않네요.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