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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Aug 13. 2021

매일 밤 9시 30분, 나는 하와이로 갑니다

매일 밤 9시 30분, 나는 하와이로 갑니다












튼튼이가 생후 200일이 넘으면서 밤 9시가 넘으면 잠을 청해요. 물론 매일 밤 10시 이내에 잠들면 엄마인 나로서는 너무나 고맙지만, 어느 날에는 밤 9시에도 잠들었다가, 또 어느 날에는 밤 11시가 넘어도 잘 생각을 안 해요. 이건 순전히 낮잠과 영향이 있긴 하지만요. 하여튼 밤 9시 30분 이내에 곤히 잠든 튼튼이를 확인하는 순간! 나만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튼튼이가 잠든 안방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나만의 세계가 있어요. 바로 서재인데요, 이곳에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요, 온라인 강의나 강연도 하고 다음 책을 기획하기도 해요. 내 블로그 이름처럼 서재는 '이지니의 글쓰기 놀이터'입니다. 놀이터에 도착하면 바로 하는 일이 있어요. 유튜브 검색창에 '하와이 해변 음악'이라고 친 다음 그중 하나를 골라요. 맞아요! 나만의 세계에 함께할 음악이에요.













하와이 해변 음악(이 정말 맞는지는 모르지만)을 듣게 된 지는 한 달이 채 안 됐어요. 남편이 하와이를 자신의 고향 그 이상으로 여겨서 나도 덩달아 노래며, 관광지며, 음식 등을 찾았죠. 다른 건 몰라도 가벼운 듯 섬세한 기타 연주가 딱 내 스타일이에요. 나만의 세계인 서재에서는 글쓰기나 독서를 주로 하기 때문에 가사가 덮인 노래보다 연주곡이 좋아요. 노랫말이 귓가에 들리면 메인에 집중하기가 힘드니까요. 서재에서의 시간을 '놀이터'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즐거운 노동'이기에 집중이 부서지면 안 됩니다.

하와이를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지긋이 눈을 감으면 와이키키 해변 한가운데에 누운 기분마저 들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몸은 비록 내 방이지만, 마음은 저 먼 하와이에 가 있네요. 프리랜서라서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는데,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하와이에 갈 수 있는데... 아, 야속한 코로나19여... (음, 튼튼이가 아직 너무 어려서 어차피 당장은 무리구나)







결혼 전이나 출산 후에는 전혀 몰랐어요. 내게 매일 주어진 24시간을 특별히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육아로 정신없는 날이 계속되면서 하루에 1시간 아니, 30분이라도 오롯이 내게만 주어지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그렇게나 좋아하는 '허니브레드'를 먹을 때면 순삭(순식간에 삭제가 된다는 뜻으로 매우 빠르게 사라진다는 뜻)인데, 육아 중에 얻은 '귀한 시간' 역시 순삭이네요.

쨌든 요즘 나는, 매일 밤 9시 30분에 하와이로 떠납니다! 귀국길에 오르는 건 내 마음이에요. 어제는 자정이 넘어서 자릴 떴는데, 오늘은 몇 시가 되려나요. 아, 이 평화로움...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습니다.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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