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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Sep 07. 2021

나는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있다?

tvN <유퀴즈온더블럭> 소녀시대 서현의 말

나는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있다?






글을 쓰고, 내 경험을 나누며 강의하는 이 길에서 과연 내가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궁금했다. 모래알만큼 작은 물음에도 얼른 검색해 보는 습관이 있는 나는 어김없이 '프로와 아마추어'를 입력했다. 아래의 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프로와 아마추어 차이>​


1. 프로는 기회가 오면 우선 잡고 보지만, 아마추어는 생각만 하다 기회를 놓친다.

2. 프로는 뚜렷한 목표가 있지만, 아마추어는 목표가 없다.

3. 프로는 행동으로 보여 주고, 아마추어는 말로 보여 준다.

4. 프로는 해보겠다고 하지만, 아마추어는 안 된다고 한다.

5. 프로는 시간을 리드하고, 아마추어는 시간에 끌려다닌다. ​



5개 거의 다 나와 일치해서 깜짝 놀랐다. 나는 '프로'인가 보다, 라며 어깨뽕이 스물스물 올라올 때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소녀시대 편을 봤다.










(영상을 다시 볼 수 없어 어렴풋한 기억을 붙잡아 씁니다)




MC 유재석 : 서현 씨는 소녀시대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나요?

서현 : 저는 할머니와 굉장히 각별해요. 저를 어릴 때부터 키워주거든요. 소녀시태 - 태티서로 활동할 때인데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이 <Twinkle>이라는 노래로 음악 프로그램에서 처음 선보이는 날이었어요. 무대 위에 올라가면 내 슬픔을 들키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할머니에 대한 슬픔을 감추고 춤을 추며 노래해야 하는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5년 차 무명작가에게 쏟아지는 강의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어느 날, 아기는 남편에게 맡기고 내 서재에서 온라인 글쓰기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업 시작 1분 전인 밤 8시 59분,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아빠였다. 평소 이 시간에 전화를 하지 않으시는데... 웬지 느낌이 싸했다. 몇 초 뒤면 수업을 시작해야 하지만, 이 전화는 꼭 받아야 할 것만 같았다. 아빠가 전화를 거신 이유를 듣기도 전부터 겁먹은 나는, "아빠! 무슨 일이에요!"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지니야, 엄마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해서 지금 응급실에 왔는데..."

"네? 엄마가요? 왜요?"

"네 엄마가 어지간해서는 아프다고 잘 안 하잖냐. 아, 근데 갑자기 아까 배가 아프다고 막 그러는데...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고..."

"아아아... 아빠, 어쩌죠? 이제 막 수업이 시작됐어요... 이따 10시 반에 연락드릴 수 있는데..."

"아, 오늘 수업이 있었구나. 우리 딸 수고하네... 아빠가 괜히 전화했구나, 심각한 건 아니니까 걱정 마. 그럼, 수업에 열중하렴!"











개그맨들의 고충이 떠올랐다. 어느 개그맨이 아내의 입원 소식을 듣고도 병원으로 가지 못한 채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웃겨야만 했다는 이야기. 이러한 사연이 어디 개그맨뿐이랴. 위에 적은 가수 (그룹) 소녀시대 서현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 역시 슬픔을 뒤로한 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가면을 써야 했다. 지금 당장 엄마가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한다고 해서 내 슬픔을 드러낸 채 수업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와 방송인들의 차이가 있다. 당시 아빠와 전화를 끊고 수강생분들께 이렇게 말했다.


"방금 아빠한테 전화가 왔는데요, 엄마가 심한 복통으로 지금 응급실에 가셨다고..."


이 말을 했다고 해서 90분 내내 슬픈 표정이나 어조로 수업을 진행하진 않았다. 다른 때처럼 내 무기인 밝은 에너지를 뿜으며 진행했다. 하지만 수강생분들께 내가 처한 상황을 드러냈으니, 이로써 진정한 프로가 아닌 게 증명됐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할 때는 물론, 외부에서 강의나 미팅할 때에도 비보를 들을 수 있다. 그때마다 슬픔은 잠시 묻어 두고, 그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행동해야겠지. 진정한 프로들은 그랬으니까.






(덧붙이는 말 : 그날 엄마는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하루 입원하신 뒤 괜찮아지셨다. 다음 날 엄마가 내게 "아이고, 네 아빠는 왜 쓸데없이 바쁜 너한테 전화해서 걱정을 끼치게 하냐...많이 놀랐지?"라며 아픈 당신보다 끝까지 자식 걱정을 하셨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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