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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Jun 19. 2023

체질에 살으리랏다 ​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야근도 대환영!

체질에 살으리랏다










“난 회사 체질이 아니야!”

“아이를 낳았지만, 육아 체질은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의 입에서 듣게 되는 ‘체질’이란 단어. 사전을 들췄더니 ‘날 때부터 지닌 몸의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질, 조직 따위에 배어 있는 성질’이란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체질일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답이 나왔다.



‘누구의 간섭 없이 혼자 해야 하는 성질’




그렇다. 난 회사 체질이 아니다. 사장님의 영리를 목적으로 다수가 모여 일하는 공간에 놓이면 식은땀이 절로 난다. 내가 원하는 주제로, 머릿속 생각을 거침없이 활자화하는 건 환영이지만, 틀에 박힌 주제로 회사에서 정한 선을 넘지 않은 이야기를 써내야 하는 글쓰기는 키보드에 손을 올리는 것부터 부담스럽다. (글쓰기 역량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지만. 쩝) 오늘 할 일을 다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있는 건 또 어떤가. 시곗바늘이 숫자 ‘9’을 가리킬 때까지도 상사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야말로 ‘헐’이다.




타임머신이 있다고 한들 다시는 돌아갈 일 없지만, 생각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 “야근이 그렇게나 싫어요?”라고 한다면, 할 말이 있다. ‘내가 원해서 하는 야근’은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오늘 내에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하면 야근을 자청하는 나는, 상사가 제발 좀 집에 가라고 해도 안 간다. 필요에 따른 야근, 얼마나 즐거운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울며 겨자 먹기고, 원하는 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하는 게 내 체질이다. 이 체질은 십수 년 전부터 빛을 발하였다. 햇살이 거실 창을 뚫는 나른한 오후, 소파에 드러누워 드라마를 보던 고등학생 신분의 나. 3분 뒤 드라마가 끝나면 방에 들어가 공부할 작정이다. 그런데…. 이때! “넌 종일 티브이 앞에서 살 거니? 공부는 언제 하려고 그래?”라는 엄마의 잔소리.




‘아, 이제 막 공부하려고 했는데…. 3분만 좀 참아 주시지….’



내가 어떤 일을 하려는데, 누군가 명령조로 말을 뱉으면 하기 싫어진다. (이거, 나만 그래요?) 말이 나와서인데, 내 남편(아내)에게, 자녀에게 명령조를 터트리기 전에 딱 5분 아니, 3분만 더 기다려 주시길 바라옵니다.



대학교를 졸업 후 십수 년을 사회생활만 하다가 2020년부터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말이 프리랜서지 시간적으론 절대 자유롭지 않다. 혼자 글을 쓰고, 책을 기획하고, 더 나은 강의 진행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자료를 만들고, 강의를 진행하고, 다음 스텝을 구상하고, 움직이고…. 거기에 아이 둘 육아에 살림까지…. 해야 할 일이 한라산 높이와 맞먹지만, 입꼬리는 늘 상행선이다.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챌린지 ‘에즐모(에세이 쓰기가 즐거워지는 모임)’를 만들었다. 내가 원해서 시작하는 모임이니 거룩한 부담감을 갖고 이렇게 글을 쓴다. 초고는 속도전이라 한 번에 후루룩 써야 좋은데 벌써 대여섯 번이나 일시 정지다. 생후 4개월인 둘째에게 분유도 줘야 하고, 낮잠에서 깨어나면 잠시 놀아줘야 하니까. 그래도 어떠랴. 결국엔 ‘내가 좋아서 쓰는 행위’라는 생각에 어깨가 들썩거린다.






** 본 글은 카페 '이지니 작가의 에세이 카페'에서 진행하고 있는 에세이 쓰기 챌린지입니다. (현재 1기 진행 중)

#에즐모 #에세이 #챌린지 #이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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