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니 Jun 11. 2024

어느 택시 기사님의 기도

글쓰기 강사 이지니의 귀갓길

어느 택시 기사님의 기도

(feat. 글쓰기 강사 이지니의 귀갓길)





부평 도서관에서 에세이 글쓰기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에서 도서관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집에 있는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얼른 가야 하는 터라 돌아갈 때는 택시를 이용했다. 호출한 택시가 왔다.




"손님, 혹시... 노래 좋아하세요?"​





기사님께서 오지랖인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는 나는,




"그럼요! 노래 아주 많이 좋아하지요.

집에서도 듣고,

밖에서도 듣고,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노래를 들어요!" ​




"아! 그러세요? 정말 다행이네요!

실은, 손님들이 타면 저는 꼭 기도를 해요."​




"기도요?"​




"노래 듣는 걸 아주 많이 좋아하시는 분이

제 택시에 타기를 기도해요...

그래야 제가 운전하면서도

노래를 마음껏 들을 수 있으니까요!"​





노래 듣는 걸 좋아한다는 내 말에

신이 난 기사님은

마치 코스가 짜인 것처럼​

내게 노래를 들려주셨다.




한 곡 한 곡이 흐를 때마다

기사님은 멘트를 잊지 않으셨다.




김창완 - 산울림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기사님 : 며칠 전, 제 택시에 타신 50대 아주머니가 이 노래를 듣고 우셨어요... 저는 아주머니가 우신 줄 몰랐는데,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기사님, 이 노래가 지금 내 마음을 대변해 주네요..."라고 하시며 눈물을 훔치시더라고요...






이정아 <비 내리는 명동 거리>


기사님 : 저는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해요. 옛날 노래는 가사가 귀에 더 잘 들리지 않나요? ​




김연숙 <사랑이 비를 맞아요>


기사님 : 여기서 '사랑'은 아마도 여성인 것 같아요. 노랫말이 어쩜 이렇게 멋질까요? 그렇죠? ​




이태원 <고니>​


기사님 :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울었어요. 날개가 없어서 날지 못하는 고니가 너무 불쌍해서요. 가엾어서요.








하마터면 기사님의 택시를 타지 못할 뻔했다.

본래 호출한 카카오 택시 기사님이

내가 있는 자리로 오지 못해서 호출을 취소했다.

다시 호출한 택시 기사님이 바로

'노래를 무지무지 좋아하시는 이분'인 것!




이 세상에 어떤 일이든 상황이든

우연이 없다고 믿는 나인데, ​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이 시간,

노래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촉촉한 감성을 지닌

기사님과의 만남 역시

필연으로 다가왔다.




"기사님, 제가 가끔 글을 쓰는데요,

오늘 이 시간 기사님과의 만남을 글로 남겨야겠어요.

멋진 글감을 선물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 그러시구나!

제 이야기를 글감으로 활용해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감사해요..

꼭 멋진 글 써 주세요!"​





https://brunch.co.kr/@jinny0201/49

https://brunch.co.kr/@jinny0201/58



에세이 글쓰기 동기부여, 이론 및 실습

실전 글쓰기까지! 한 권으로 해결하는

신간 <에세이 글쓰기 수업> ♡ 많이 사랑해 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이렇게 민망한 적이 40 평생 있었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