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누군가 내게 인생 영화가 뭐냐고 물어보면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클래식>이라 할 거다. 배우들의 연기, 음악, 재미와 감동까지 모두 잡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중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제목의 OST는 영화가 개봉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들을 때마다 소름을 데려온다.
소나기가 퍼붓는 오후, 우산도 없이 그저 재킷 하나에 기대어 비를 뚫고 가는 젊은 남녀를 보며 나의 그 시절을 떠올린다. 20대 초, 나이만으로도 엄청난 무기를 갖고 있다는 걸 그때는 왜 그렇게 몰랐을까. 꾸미지 않아도, 일부러 그런 척하지 않아도 참 맑고 예뻤던 그때를 말이다. 무엇을 해도 창피하지 않고, 실패마저 사랑스러운 그때가 그립다. 우리는 왜 한참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걸까.
그렇다면 훗날의 내가, 지금의 나를 그리워한다면, 이 자리를 감사해야겠지. 마흔이 되고, 쉰을 넘어도 ‘오늘’이 가장 젊고 아름다우며 뭐든 할 수 있는 시절일 테니. 그러니 다시 못 올 어제를 뒤돌지 말고, 지금에 집중하자. 그래,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