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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Jun 02. 2020

그 시절의 우리를 기억해요?

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방송작가가 꿈이었다. 그래서 대학교에 다닐 때도 과 활동보다 동아리인 방송국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5년, 기적처럼 꿈을 이뤘다. Mnet 의 한 개그 프로그램 작가로 말이다. 작가는 나 포함 둘이었는데 메인 작가님이 연배가 훨씬 높고 다른 프로그램도 맡고 있어 대본 쓰는 일은 거의 혼자 했다. 개그 프로그램인지라 출연진들이 다 개그맨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전부 ‘신인’들이다. 녹화할 때가 되면 같이 회의하고 밥도 먹고 물 흐르는 듯한 가벼운 얘기도 나눴다.      



그렇게 바라고 바란 꿈이 현실이 됐지만, 처음부터 강도가 센 곳으로 간 탓인지 심신(心身)이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결국, 얼마를 더 버틴 후 그곳을 나왔다. 출연진들과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tvN에서 방영하는 <플레이어>다. 웃으면 출연료가 깎이는데, 웃음을 참는 모습이 정말 웃긴다. 그중 개그맨 이용진 씨와 이진호 씨를 보면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개그맨 양세형 씨를 봐도 그렇다. 나는 작가로 그들은 개그맨으로, 함께 신인을 즐긴(?) 사이다. 비록 나는 방송국을 나왔지만, 그들은 십수 년을 버티고 견뎌 지금의 자리에 가 있는 것이 괜스레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내 열정이 딱 그만큼이었나 보다. 손으로 들기에는 버겁지만, 컨테이너에 싣기엔 가벼운. 한때 한 시절을 보낸 사이지만, 이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그들. 언젠가 그들을 만나게 되는 날이 오면 이 말을 띄우고 싶다.   


  

“혹시 나를, 아니 그때를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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