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밀레니엄이 된 지도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영화에만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 펼쳐지는 이 시대. 아무리 시대에 발맞춰 간다지만 이따금 그리운 녀석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마이마이. 이 녀석을 당황하게 만든 건 MP3였다. 카세트테이프 없이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이런 신세계를 다 봤나. 다들 새로 등장한 아이에 관심을 둘 때 나는 더욱 마이마이를 붙잡았다. 책장 한쪽에 가득한 카세트테이프가 아까워서가 아니다. MP3를 살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오래 만난 애인과 헤어져야 하는 기분이 싫어서다.
수년 전, 지하철 안이었다. 다들 작고 아기자기한 MP3를 손에 쥐고 있을 때, 나는 마이마이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당시 내 것은 앞뒤로 자동 재생이 되지 않았던 터라 손으로 카세트테이프를 뒤집어야 했다. 가방 안에서 녀석을 꺼냈을 때 찌릿한 눈길을 감지했다. 힐끗힐끗 나와 녀석을 번갈아 가며 보는 사람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창피하긴커녕 골동품을 지닌 것처럼 되려 어깨가 으쓱해졌다.
최근에 재미 삼아서 한 ‘정신연령 테스트’에서 실제 내 나이보다 다섯 살이나 더 나와서인가? 나는 옛 감성을 좋아하는 아이임이 틀림없다. 내 나이 스무 살부터 그랬듯이 통기타 음악이 좋고, 세련되고 화려한 도시보다 흙내음이 흐르는 곳에 마음이 기운다. 이렇듯, 새로운 아이들이 등장할수록 옛 애인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