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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Jul 23. 2019

교환 일기장 속의 진이 언니

JTBC <캠핑 클럽>을 볼 때면...

JTBC <캠핑 클럽>은 요즘 빼놓지 않고 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1세대 아이돌인 핑클 언니들이 나와서 좋고, 숨은 보석처럼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아, 일단 나는 이진 언니 팬이었다. (물론 S.E.S 언니들도 좋아했다.) 내가 팬이라는 건 20년이 지난 교환 일기장만 봐도 알 수 있다.



교환 일기장은 내 보물 2호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쓴 개인 일기장을 제외하고, 친구들과 쓴 일기장이 무려 10권이 훌쩍 넘는다. (사진에 나온 건 지극히 일부) 친구 M 양과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1000일을 넘게 써서 둘이 조촐한 파티도 열었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동시에 세 명과 교환 일기를 썼으니... 그야말로 공부할 시간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가끔 십수 년이 지난 일기장을 펼친다. 별 이야기도, 주제도 없다. 라디오에 무슨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좋다는 둥, 내일 수학 수업이 있어 학교에 가기 싫다는 둥, 하교하면 떡볶이를 사 먹자는 둥, PC방에 같이 가자는 둥... 안 봐도 그만인 이야기의 나열 ㅎㅎㅎ 그때는 과제를 못하더라도 교환일기만큼은 절대로 미룰 수 없는 중대한 작업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ㅎㅎㅎ



<캠핑 클럽>을 보는 내내 핑클과 함께한 그때의 내가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다. 이미 지난 노래인데, PLAY를 하는 순간 그 시간으로 날 데려다 놓는다. 다시는 갈 수 없는 그 시절. 그래서 더욱 아련하고 애틋한 그때의 나.



매주 월요일 밤만 되면 1999년으로 데려다 놓는 <캠핑 클럽> 덕분에 2주 전부터 월요일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본방을 보지 못해 다음 날 재방송으로 본다)


핑클, 포에버!
이진 언니, 포에버!




1999년 4월 22일 목요일
밤 11시 5분에 M 양에게 쓴 일기


Hi~ 나 여태 뭐 했게? 1시간 반 동안 노래 녹음한 거 한 테이프에다 정리했어... 지금 처음부터 듣고 있어. 아직 노래 4곡 정도 더 넣을 수 있어. 이소라 ‘난 행복해’ 넣고 싶은데...
오늘 어땠어? 낼은 정말 열심히 하기다! 그리고 핫도그 Very Very thank you... 진짜 내가 돈 많으면 니 팍팍 사주고 싶다. 진짜야...
엽서 보낸 거 꼭 당첨(?)됐으면 좋겠다. 진짜 잘 꾸몄는데...
일요일 날 7시 30분까지 사거리 횡단보도! 일찍 나와야 한다! 도시락 싸 갖고... 열심히 하자 우리! 그럼 bye*2


=== 공테이프에 라디오에 나오는 좋아하는 노래 녹음하고, 휴대폰이 없어서 구두로 약속을 재확인하던 그 시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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