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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워킹맘 Oct 18. 2019

입맛에 맞는 팀원을 고르세요

내 멋대로 팀원 뽑기

내 멋대로 친구 뽑기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간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제목의 책을 만났다. 둘째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동화책을 읽은 기억이 없는 나는 왜 이 책에 마음이 끌렸던 것일까? 최근 일주일 사이 우리 팀에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과 오버랩되며 '뽑기'라는 단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음 주가 되면 내가 속한 지금의 팀은 사라진다. 우리 팀 팀원들은 그 누군가의 멋대로 뽑기를 당했고 이제 곧 그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진다.


회사 생활  꽉 찬 십팔 년 차, 내가 회사에서 당한 뽑기의 끝은 이러할 텐데 과연 이 책의 끝은 어떠할지가 궁금했다. 동화책을 심각하게 읽고 있는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둘째의 시선을 느낄 겨를도 없이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입맛에 맞는 친구를 고르세요


주인공 태우가 놀이공원 한편에서 발견한 자판기 앞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마침 자기 주변에 맘에 드는 친구가 없어 못마땅했던 태우에게 이런 행운이 찾아오다니. 태우는 신이 나서 친구를 내 멋대로 뽑기 시작한다.



진짜 재미있는 친구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친구

마음이 착한 친구

 말을 잘 듣는 친구


태우는 좋아하는 친구를 쏙쏙 뽑아 재미있게 놀았지만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재미있는 친구는 퀴즈 게임을 하기 싫어했고

똑똑한 친구는 함께 운동을 하지 못했고

마음이 착한 친구양보만 해서 짜증이 났고

내 말을 잘 듣는 친구는 항상 '응' 해대서 위험한 호수에 빠질 뻔했다.


몇 번의 뽑기에서 실망한 태우가 마지막에 찾은 진정한 친구는 어떤 모습일까?



내 멋대로 팀원 뽑기
입맛에 맞는 팀원을 고르세요.

"책임님, 제가 왜 그 사업부로 가야 합니까? 전 이 일을 한지 이제 6개월밖에 안됐는데"

"미안해. 뭐라 해줄 말이 없다.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처음엔 회사가 힘들어서 그런 거라 이해해 보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나고 답답해요."

"박 책임도 그래요? 나도 답답해 죽겠어요. 토사구팽이란 말이 딱 맞는 거 같아. 단물 다 빠진 껌 이제 씹다가 버리는 것도 아니고."


"가서 무슨 일 하게 될지 연락받았어요?"

"아뇨, 아직 연락 온 게 없어요. 휴~ 기다려 봐야죠"


팀의 해체 소식과 함께 개별 인원의 이동 부서가 통보후, 삼삼오오가 모이면 나누는 대화 내용은 비슷했다. 억울함, 답답함, 씁쓸함 그리고 체념의 그 언저리까지. 개개인의 면담은 고사하고 어느 날 벼락같은 통보에 나와 후배들은 아직까지 혼란스럽다. 최고 수장인 담당님이 메일 한통을 남기고 홀연히 회사를 나가시며 팀의 해체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런 식의 뽑기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그동안 돈 잘 벌어오던 사업은 이제 지는 해가 되었고 우리 회사는 새로깃발을 은 사업으로 일꾼들이 더 필요해졌다. 그간 남은 단물이라도 더 빨기 위해 기존 사업에 아등바등 매달려 있던 팀들은 설국열차의 꼬리칸 사람들처럼 무시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적어도 이러한 상황이 왜 오게 되었고 어떻게 해서 저마다 통보받은 부서로 발령이 난 것인지 설명 정도는 해 줘야 하지 않았을까? 아직까지 꼬리칸에 타고 있냐 비웃음을 견디며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오던 나와 팀원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통보였다.



태우가 마지막에 찾은 진정한 친구는

"나랑 오래오래 함께 있어 줄 수 있는 친구!"
태우는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아는 목소리였거든요. 바로 짝꿍인 준수요. 늘 조용하고 말이 없어서 친구 하나 없는 준수 말이에요.

태우가 마지막에 만난 친구는 항상 말이 없던 짝꿍 준수였다. 친구를 뽑을 수 있는 자판기 앞에서 이번에는 준수가 '오래오래 함있어 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외쳤고 그 말을 들은 태우는 용기 내어 준수 앞에 나타났다.


회사 다닌 연차가 있으니 나는 회사 상황을 이해 보려 노력하고 있다. 회사 생활이 다 그런 거라고, 티 내지 말고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자며 흥분해 있는 후배들을 다독였다. 그러다가도 혼자 있을 때, 출퇴근 길 버스 안에서 문득문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무엇에 화가 난 것일까? 근본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이 동화책을 읽으며 달았다. 나는 '오래오래 함께 있어 줄 수 있는 동료 그리고 후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 가장 허탈하고 분하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회사에서의 작은 성공과 좌절을 이 동료들과 함께 했다. 후배들의 연애 스토리부터 결혼식 참석은 물론 그들이 엄마 그리고 아빠가 되는 모습까지 지켜보았다. 물론 서로 간에 좋은 기억만 있지않겠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였고 그래서 힘을 내서 일해왔다.


75년 동안 하버드에서 연구한 '행복한 삶의 비밀'에서 연구진이 밝힌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사람 간의 좋은 관계 (Good relationship)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은퇴 후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직장동료와 친구가 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https://youtu.be/qEZNNhFurMo

 

나도 태우처럼 원하는 동료, 팀장을 뽑아 일하면 행복하게 성공할 수 있을까? 글쎄다. 내가 그렇게 누군가를 뽑을 위치도 아니지만 회사라는 조직은 내 입맛에 맞는 사람들 하고만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변화에 따라 조직은 최적화하며 바뀌어야 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며 앞서 나가야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세스 고딘이 '이카루스 이야기'에서 이야기했듯 안전지대가 이동했음에도 이전의 안락지대에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나는 지금의 동료들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배치의 기준과 성숙하지 못한 통보 방식에 통탄할 뿐이다.  


며칠 있으면 나는 그간의 답답함은 티 내지 않으며 새로운 팀으로 출근할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팀장, 동료 그리고 후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과 오래오래 함께 있어 줄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지 이제는 자신이 없다.  




팀 조직의 변화에 대한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지 한참이 지나서야 이 글을 완성하였습니다. 화풀이 식의 글은 쓰고 싶지 않아 고민을 했지만 저의 필력이 따라오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써지지는 않았네요.


지금 이 글을 팀장님이 읽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브런치 작가인 것을 우연한 기회로 알고 계시거든요.


팀이 해체된 지금의 상황이 팀장님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팀장님이 마지막 회의 때 해주신 말을 꼭 간직하겠다는 것도요. "회사에서 살아남아서 여러분들을 잘 지켜보겠다"는 그 말씀을요.

저도 살아남아 있는 동안은 팀장님을 응원하겠고 저와 함께 해준 오래된 친구들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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