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인가요
H양이 아가들을 구조하고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동영상을 보내면서 나를 꼬시고 있....ㅠㅠ
가게에서 탕비실안에 순이와 아가들을 넣어두고 순이가 경계하고 스트레스 받을까봐 문을 닫고서
작업 책상에 커텐까지 치고는 그안에 아지트를 만들어 주었는데 드디어 적응 좀 했는지
모두들 밖에 나와서 저렇게 모습을 보여주네
아가들은 5마리이고, 선명한 반고등어 둘, 고등어 둘, 그리고 어정쩡한 반고등어 하나 ㅋ
그 어정쩡한 반고등어가 코에 선명하고 좌우대칭이 맞는 reversed V를 갖고 있고
고등어 얼굴인데 눈에 하얀 아이라인에 섀도까지 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이쁜이더라고.
너무 이쁜데 겁도 너무 많고 너무 약하고 손만 가까이가도 부들부들 떨어서 부들이.
순이 밑에서 배를 뒤집고 바동바동거리며 젖먹는게 다섯중 유일한 지지배인 똥똥이이고
혼자 엄마 순이의 젖따윈 우습다는듯이 그루밍중인 아주 독특하고 똥꼬발랄한 땅콩
반고등어 또 한놈은 통키
아... 하나는 이름조차 기억이 안나네.. 그렇게 티안나는 녀석이었어. 슬프다
벌써부터 엄마 젖보다는 물도 마셔보고 닭가슴살도 먹어본 땅콩. 대견하다
엄마가 범백혈구감소증이라는 파보바이러스에 감염이되서 급하게 병원에 입원을 했어. 아주 위험해. 피를 좍좍 쏟아내면서 밥도 거부하고 물도 안마셔. 등에 척추뼈가 고스란히 앙상하게 다 보여.
어쩔 수 없이 엄마 잃은 새둥지에 다섯이서 꼬물꼬물 모여서 하악질도 하고.. 밥도 받아먹는데. 역시나 엄마에게서 당연히 전염되었는지 애들도 피와 초록설사를 해. 이미 부들이는 가망이 없어보여.
파보가 무서운게 정말 어제까진 말짱했는데 오늘 애들이 하나 둘 힘없이 픽픽 쓰러지는데 미쳐버리겠어.
나몰라라 할 수가 없어서 급하게 유산균이다, 닭가슴살이다 바리바리 싸들고 뛰어갔지.
바보같이.. 어물쩡 하지말고 구조한 첫날부터 싸갖고 갔어야 하는데... 바보..
뒤늦게서야 애들한테 분유에다가 유산균 타고, 파보가 걸렸을때 급격히 줄어드는 비타민 보충을 해주려고 비타민C, B군, 혹시 몰라서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D까지 다 들고 가서 순이하고 아가들한테 먹였는데.
아 처음 구조하자마자 구경갔던 날은 왜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온걸까...
아니, 고양이 예전에 키워봐서 알면서... 쓰레기장에서 왔다는거 듣자마자 왜 그 생각을 못했지???
2시간에 한번씩 최장 4시간에 한번씩 급여하라고 말해주곤 집으로 돌아왔어.
결국 그날 새벽에 카톡이 왔더라. 부들이는 갔다고. 그럴거라 생각하고 돌아오긴 했지만..
H양도 필사적으로 집에도 안가고 가게에서 남은 놈들 살릴거라고 그 찬 바닥에서 자면서 전에 깔아놨던 방수패드와 이불과 모든걸 다 갖다 버리고 살균제로 청소하고 난리를 피웠는데도.
그러더니 이름 기억 안나는 그녀석도 가고. 그 담날은 통키까지. 차례로...
밥도 안먹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울고있는 H양이 안스러워서 찾아가서 억지로 밥도 먹이고 애들도 같이 돌봤지만... 통키도 내 손안에서 가버려서 맘이 너무 안좋긴 했어.
그러고 나니 제일 작고 몸무게도 200g 채 안되는 똥똥이가 너무 불안해서 그놈한테 억지로 유산균과 비타민을 먹이는데 당연히 다른 애들처럼 안먹으려고 버둥대고 뱉어내고 토해내고 하다가 ...
들어서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고는 똥똥아 우리 먹자, 살자, 하니까 마치 알아듣는듯이 진물때매 떠지지도 않는 눈을 꿈뻑 거리면서 안뱉어내는거있지!;;
그래서 주사기에 들은 분유유산균 믹스를 한입 넣고 눈마주치고 똥똥아 먹자~ 하고, 또 한입먹이고, 들어서 눈마주치고 목을 스다듬어주고 하면서 엄청 많이 먹였어.
아, 이놈은 이미 사람손을 탔구나. 지 생명줄은 잡겠구나 싶어서 너무 신기하더라.
땅콩이는 영양실조 엄마한테서 배곯은 기억이 심한지 식탐이 무시무시해서 살거 같았고. 피섞인 설사도 무지막지하게 해대면서 식탐이 줄지 않는다니 진짜 신기하지 않아?
똥똥이 이름 많이 불러주고 눈도 많이 맞춰주라고. 그러곤 뒤돌아 나왔지. H양과 두놈을 놓고 나오는데 맘이 너무 안좋더라. 죽은 통키가 들은 상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