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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andra the Twinkling Dec 14. 2016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삼

이런 운명 같은 만남이...

H 양에게서 연락이 왔어.

한 자리에만 앉아서 꼼짝도 안 하고 기운 하나도 없던 순이가 드디어 일어나서 운다고, 병원에서 강제 급여 시작했다고 연락 왔다며...

다행이다. 다행이다.

아가들은 다 포기해도 순이를 포기 못할 것 같다던 H양 오늘 날아가겠네 

유산균을 잊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 휴.. 이젠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다시 방관자로, 구경꾼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아...

저녁때 또 H양한테 톡이 왔어. 아가들 임시로 좀 맡아줄 수 있냐고

내일모레 순이 퇴원하는데 아가들하고 절대 격리해야 한다고.

안 그럼 엄마와 아가들이 또 서로서로 옮기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주변에 지인들아 다들 고양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파보 바이러스 보균자인 아가 냥이들을 맡길 수가 없다고. 

고양이가 없는 우리 집이 딱이라고...

맞네. 양쪽 다 면역력이 바닥을 쳤을 테니. 

거기다가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 범백 진행형일지도 모르는 아가 냥이들을 맡아서 피 섞인 설사 하는 걸 받아내게 하는 것도 참... 임시 보호 부탁하는 사람 입장에선 못할 짓이기도 하지. 

하지만, 반려동물 없이 산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미 나는 반려동물과는 그닥 상관없는 사람처럼, 만지면 털 묻고, 만지면 이름 모를 세균이 묻는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로 살고 있지. 그저 지나가는 고양이, 강아지들을 이쁘다고 눈으로 좇는 것만 허용되는. 

.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상상하고, 걱정하다가 결국은 순이가 퇴원하는 전날 새벽 2시가 돼서야 아가들을 집으로 데려왔어. 다행히 센스 있는 H양이 화장실이며, 모래며, 사료에 간식까지 바리바리 다 싸주었더라. 

너무나 잘 알고 너무나 걱정도 앞서가서, 또 살고 있는 집에 고양이를 허락할 공간이 없어서. 

H양이 월말까지 만이라고 해서.

거실 옆 작은 화장실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줬어.

우리집에 온 첫날. 좁은 화장실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애들 재웠더니 다리가 ....ㄷㄷㄷ

이제 세상에 나온 지 두달 밖에 안된 아가들인데, 아무 일 없었으면 한참 엄마젖 먹고 있을 시기인데...

낯선 우리 집 화장실에서 둘의 체온에 의지해서 잠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괜히 미안해서 무릎에 올려서 재워줬어. H양이 항상 가게에서 무릎에서 재웠다고 하더라고.

H양 다리위에서 잠을 청하는 남매
아이고 둘다 꼬질꼬질해라 ㅎㅎㅎ

냥이들 무릎에 재우면서 나도 꾸벅꾸벅 졸다가 다리가 저려서... 

H양이 가게에서 하던 데로 집에 있는 병이란 병은 다 꺼내서 끓인 뜨거운 물을 채워 넣어 바닥에 쭈욱 깔아놓고 그 위에 담요를 올려서 온수매트를 만들어주고 나왔지. 미안.



H양이 챙겨준 사료도 잘 먹고 닭가슴살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고. 다행이긴 한데. 

구조한 냥이들은 배곯았던 기억 때문에 식탐이 있다는 사실에 코끝이 자꾸 찡해. 겨우 두달 밖에 안 살은 것들이 배곯았던 기억이라니. 땅콩은 자꾸만 자꾸만 사료하고 눈만 마주치면 가서 먹어. 그리곤 과식을 해서 설사를 해. 불쌍해 죽겠어.ㅠㅠ

H양한테 애들이 사료도 잘 먹고 다 잘 먹는다고 하니까, 걔네들 사료 준 적이 없데. 

이것들 뭐든지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는 건가 봐. 맘이 너무 아파.

결국 3시간 잤나? 애들이 걱정돼서 일어나서 들어가 봤지.

아니...ㅎㅎ 쭉 뻗고 너무 잘만 자고 있잖아.

수동 온수매트가 제역할을 잘 해줬나봄. 
너무 쭉뻗고 잘 자고 있어서 피식 하고 웃음이 ㅎㅎ 김샜네

온수매트도 그런대로 역할을 잘해줘서 화장실에 온기가 적당히 있고 담요 위는 따땃하고. 아가들은 늘어졌고. ㅎㅎㅎ 여전히 설사는 좍좍 해대지만;; 기가 차게 먹어대니깐 정말 한시름 놨다.



우리 집에 온 지 3일 차,

몸무게를 쟀더니 그 3일 사이에 100그람씩 늘었더라. ㅎㅎ

이때는 털도 참 푸석푸석했구나... 

내 얼굴도 너희때매 푸석푸석해지고 있어. ㄱ-; 다크서클은 빨리도 번지는구나. 

물병 속에 든 물은 아무리 팔팔 끓여도 참 빨리도 식는구나.. 3-4시간에 한 번은 끓는 물 보충해줘야 하고.

2시간에 한 번씩 유산균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이유식 먹여야 하고. 같이 놀아주기도 해야 하고. 난 잠은 언제 자니; 갑자기 팔자에 없던 육아 아닌 육묘를 하게 될 줄이야;;

우리집에 오기전에 350g이었던 너무나 작은 문열이 똥똥이
우리집에 오기전에 550g 이었던 식탐대장 땅콩


얘들이 엄마에게 돌아가기 전까지 난 살아 있을 수는 있을까?

매일 화장실에서 애들 무릎에 올려놓고 졸고 있어...

잠이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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