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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andra the Twinkling Dec 28. 2016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육

우린 이제 어엿한 고양이

중간점검. 우리 집에 온 지 1 주일하고 반이 지나가는 무렵.

따...땅콩... 너... 이 돼지;; 곧 1kg이잖아!!! 

새.... 생각지도 못했어. 1kg이라니... 그래 봐야 몇백 그램 늘은 거지만, 어감이 kg이라니 완전 틀려. 뭔가 뿌듯하게 이젠 어엿한 고양이 한 마리가  된 기분이야.

와 똥똥이 고양이가 됐다!! 이젠 꽤 묵직해졌어!

똥똥이의 몸무게는 정말 감개무량이야. 우리 집에 왔을 때의 땅콩 몸무게보다 더 무거워진 거잖아! 대견하고 기특하고 ㅎㅎ 자라 주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해. 더 신기한 건 똥똥이의 변상태가 굉장히 맛동맛동한게 땅콩 하고는 대조적이야. 땅콩은 물똥물똥 발사발사 하는데 똥똥이는 거의 항상 맛동맛동 하다니?!?! 아마 구조하자마자부터 똥똥이는 우리가 벌벌 떨면서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을 먹이고 유산균을 퍼붓다시피 해서 땅콩보다 장 상태가 좋은가 봐.. 땅콩은 혼자서도 알아서 잘 먹고 주르륵주르륵 일지언정 잘 싸고 그래서 잘 손을 안 댔거든. 다른 아가들 5번 먹일 때 두어 번 정도? 이젠 똥똥이의 1kg 되는 날이 기대가 되네.

그 사이 땅콩은 어깨자석냥이 되었고...

이놈은 정말 어디다 보냈어도 잘 지냈을 거야. 잘 먹지, 밥 주는 사람한테 애착 갖지. 어딜 가도 이쁨 받지 않았을까. 내가 무얼 하는지 꼭 어깨 위에서 감상해야 직성이 풀리나 봐. 아,,, 그러고 보니 지가 서열이 위라고 생각해서 혹시 내 위에 있는 건가 -_ -a;;


궁디팡팡을 부르는♡. 요리보고, 조리보고 둘리도 아니고. 어깨위에서 왔다리갔다리


이방향으로 누웠다가 저 방향으로 앉았다가 머리 위에 두 손 올리고 섰다가..ㅋㅋ 그래도 털이 폭신폭신한 녀석이 몸에 붙어 있는 느낌은 참 포근포근해서 좋아. 약간 귀찮은 거 빼곤 싫지 않아 ㅋㅋㅋ

위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이 너무 이쁘잖아;; 헿 이뿌다


이 녀석은 뭔가 욕심이 많아; 먹을 거에도 욕심이 많고, 애정에도 욕심이 많고, 호기심에도 욕심이 많아.. 그러니 살아남은 거겠지만. 먹을 거에 욕심내는 모습은 아직까지도 가슴을 메어지게 만드는데 세상에 나온 지 세달밖에 안 된 녀석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들이 있을까. 여전히 땅콩의 식탐 얘기만 나오믄 가슴이 먹먹해지고 가여워.

조금만 맛있으면 사료는 눈 마주칠 때마다 먹어서 설설설박사님이 강림하시잖아.ㅠㅠ
땅콩군 이제는 아무도 자기 사료 안 뺏어 먹는다는 걸 좀 인지하고 과식을 안 하면 좋겠어. 우리 집에 차고 넘치는 게 니 사료, 니 간식뿐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어. 물론, 결정적으로 진짜 고기를 줄 땐, 땅콩도 똥똥이를 이길 수 없다는... 머리통에 빵꾸 낼 기세로 발톱을 세워대고 으르렁대서;; 이런 똥똥이의 무서운 고기사랑은 당연히 내 입장에선 엄청 반갑지. 지지배가 이젠 제법이야
구조해 왔을 때, 7개월밖에 안된 엄마 순이가 영양실조로 젖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 텐데, 아가는 다섯이나 되서 보나 마나 다들 젖도 잘 못 먹었을 거고. 아귀 같은 먹성일 시기에 아가들 5마리도 배고픔에 허덕이며 엄마젖에 사생결단으로 매달려서 1분 1초라도 더 엄마젖에 매달리려 했고, 잘 안 나오니 더더욱 젖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지. H양의 샵에서 순이의 신경이 날카로워질걸 걱정해서 탕비실 문을 꼭 닫고 책상 밑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책상에 커튼도 쳐서 전혀 아가들이 보이지 않게 해줬는데. 다른 아가들은 갑자기 바뀐 낯선 공간이다 보니 거기 꼭꼭 숨어서 안 나오고 엄마젖에 매달려 있었고 커튼만 들쳐도 하악질을 해대고 부들부들 떠는데, 3주밖에 안된 땅콩은 엄마젖 안 나온다고 바로 순이 먹으라고 놔둔 밥 냄새나는 곳을 찾아서 순이의 사료와 닭가슴살에 먹을 줄도 모르면서 덤볐더랬지. 그릇을 난생 처음보니 어떻게 먹는지도 몰라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밥그릇을 마구 핥고 물어대면서ㅎㅎㅎ

나중에 보니 아가들이 조금 장소에 적응해서 순이하고 다 같이 커튼 밖으로 나와서 주렁주렁 엄마 배 밑에 매달려서 젖 먹을 때, 땅콩은 보란 듯이 조금 떨어져서 혼자 그루밍하고 있더라 ㅋ 난 이미 식사 끝났다 이거지. 너희는 모르는 천상의 고기 맛을 보았다~ 하는 여유를 갖고. 아니 그렇게 생존본능이 강한 녀석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겁쟁이야!!!


뽀뽀를 부르는 핑쿠핑쿠한 코와 입술


이 녀석은 자신이 이쁘단 사실을 알까? 모를까? ㅎㅎㅎ 확실히 암냥이보다 숫냥이가 이쁘다는 건 얘네들 형제들을 봐도 인정이다. 지지배가 다섯 중 제일 못생겼으니까 -ㅁ -; 또 한 가지 아쉬운 사실은 땅콩이 별이 된 세 남자 형제들 중 가장 못생겼었더라는...;;; 셋다 살았으면 엄청 미묘들이었을 텐데 말이지..


철컹철컹~ 두 손이 다 묶였어요 ㅋㅋㅋ 바보

똥똥이의 맹추미는 또 아무도 못 따라가지. 얘는 진짜 사람으로 치면, 고생? 그게 먼데? 먹는 거니?라는 분위기. 천진난만 순진무구 맹추 맹추. 다 죽어가던 그 녀석 맞나 몰라 ㅋ 눈치라곤 1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고, 누가 화를 내건, 못살게 굴건, 미워하건 말건 ㅋㅋㅋ 꿋꿋하게 지 할 짓 다하는 녀석. 아 진짜 어떨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ㅋㅋㅋ 아무리 책상에 못 올라오게 해도 땅콩은 한두 번 안돼! 하고 큰소리 내고 쯔읍 소리 내거나 안돼 하면서 밑으로 내려주면 대충 눈치 보고 밑에서 징징대거나 삐져서 구석 가서 자는데 똥똥이 요뇬은 책상 위에서 먼가 움직이거나 소리가 나면 또 팔짝하고 뛰어올라왘ㅋㅋㅋㅋㅋㅋㅋ 열 번이면 열 번을 천진난만한 얼굴로 놀자~ 언제 안된다고 했었니? 하면서 점프하는데... 아, 진심 욕 나올 뻔;;ㅋㅋㅋㅋ;;;

뭐, 이 개성 넘치는 두 녀석 때문에 요즘 생활이 너무 버라이어티해. 수면부족은 옵션이고. 

근데도 폴폴폴 풍기는 만족감과 배시시 하는 미소 냄새. 살짝 행복한 듯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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