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꾸러기 남매
이제 제법 낯선 공간에 적응도 했고 화장실과 방을 왔다 갔다 하는 일과에도 적응을 했나 봐.
오전에 빨리 안 꺼내 주면 시끄러워 ㅋ
건사료 먹는 것도 적응을 했는지 한 녀석은 퉁퉁 불은 것만 먹으려고 하고, 한놈은 물에 살짝 동동 띄워주는 걸 좋아해.ㅋㅋㅋ 그치만 마른 사료 그대로는 줘 본 적이 없어. 왜냐고?
아가 둘 다 고양이 파보바이러스(범백혈구 감소증)에 걸렸던 후유증으로 장이 망가진 상태라서 유산균을 꼬박꼬박 줘야 하기 때문에 물에 유산균을 풀어서 잘 녹인 후에 그 물에 사료를 띄워 주거든.
많이씩 주지도 않을뿐더러 처음에 딱 동동 물에 뜬 사료를 주면 똥똥이가 와서 신나게 먹고 땅콩은 한 개 씹어보고는 딱딱하니까 풉 하고 뱉어버리고 돌아서고. 좀 시간이 흘러서 사료가 불어버리면 똥똥이는 거들떠도 안 보고 땅콩이 열심히 와서 먹어주니까 ㅋㅋㅋ 절대 안남아. 언제나 아주 효율적이야 ㅋ
습식사료(주식 캔)에 섞어주는 게 더 간단하거나 쉬우니까 섞어준 적이 있는데 역시 무리 데스. 아직은 주식 캔은 퓨퓨퓩 물똥 발사의 원인이야. 어쩌면 그닥 좋지 않은 원료의 주식캔을 줬기 때문일 수도 있지!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별생각 없이 H양이 급하게 새벽 두시에 오느라 주섬주섬 싸준 비닐봉지 속의 사료와 주식캔 3개를 소비중이었으니. 정말 그냥 생각이 없었던 거야!
똥똥이는 계속 맛동맛동하고 땅콩은 계속 질척질척하고... 그냥 쟤들은 그런 거야 하면서..
땅콩은 어찌 보면 살려는 의지와 욕심으로 살아남았다면, 똥똥이는 진짜 문열이라서 엄마한테 못 받은 사랑을 사람한테서 받으면서 사람과 눈 마주치고 사람 품 안에서 정성으로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런지...
똥똥아~ 하고 부르면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골골송을 시전하고 혼자서 눈키스 꿈뻑꿈뻑하면서 허공에다 꾹꾹이 스킬도 재생하면서 사람이 보면 넘어가게 이쁜 짓을 하는데 땅콩은 여전히 사람을 경계하고 겁이 어마무시하게 많아서 안아주려고 해도 펄쩍 뛰거나 얼른 도망가고 뭔가 역시 길냥이 출신이야.. 하는 느낌이 있었어. 졸릴 때만 ㅋㅋ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사람품에서 꾸벅꾸벅 거리고. 아 근데 요즘 계속 같이 품에서 자 버릇해서 그런가 드디어 골골송을 틀어주더라고ㅎ 이쁜 것
처음엔 좁은 공간에서 풀려났단 생각에 미친 듯이 이리저리 뛰기만 하더니, 이젠 장난도 치고 장난감에 호기심도 보이고, 이것저것 갖고 놀고, 둘이서도 잘 놀고 ㅎㅎ
역시 아가들이라서 놀아주는 재미가 있어 ㅋ 나도 너무 신나서;; 아니, 놀아주는 내가 더 신났어 ㅋㅋㅋ 매 순간 순간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게 아쉬워. 액션캠을 사야 하는것인가;;ㄷㄷㄷ
여전히 약간 못 걸어서 뒤뚱대기도 해서 더 귀엽고 호기심도 왕성하고 장난꾸러기이기도 하고... 내가 그냥 푹 빠진 듯. 일 하는 것도 까먹고 마냥 놀아주고 있으니;;ㅋㅋ
근데 뛰어다니며 놀다가도 꼭 근처 와서 괜히 바지 한번 건드려보고, 바지에 매달린 끈 갖고 놀고 슬쩍 무릎 위로도 올라오고 하는 게 무언가 따뜻한 체온을 찾는 것 같아 또 한 번 마음이 짠해져. 엄마 젖 먹어야 하는 나이인데... 아직 사료를 먹기보단 엄마젖을 먹는 게 더 좋을 나이인데... 엄마가 그루밍 해주고 엄마 꼬리 갖고 놀고 엄마 물고 놀아야 하는 나이인데... 엄마 젖을 먹고 컸으면 요렇게 앙상하지 않고 오동통 살이 올라있을 텐데... 싶어서.
아가들아, 우리 살 좀 찌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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