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가을

by 수영

아빠의 가을이 깊어간다

몸에서 뻗어가던 초록초록하던 것들이

빛을 잃고 조금씩 말라간다

발 밑에 하나 둘 쌓여간다.


어느새 수북한 낙엽들.

찬바람이 야속하다

가을비가 매정하다


이대로 빛이 사그라들까

이대로 모두 떠나갈까

하루하루 애가 타는 마음을

가을은 아려나


속절없는 시간

바지자락이라도 붙잡아볼까

가지 말

길 앞을 막고 애원해 볼까


기어이 겨울은 오고야 말 것인가

그렇게 이별을 당하고야 말 것인가


봄은 다시 온다지만

그건 다른 이의 봄

서서히 끝나가는 아빠의 계절 앞에

이토록 무정한 가을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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