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인생을 길게 보는 연습

by 수영

아이 인생은 '아이가 어떤 대학을 들어가는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만 부모가 진정으로 받아들여도 아이를 바라보는 눈이 바뀐다

대학 입학이 인생의 중요한 사건인 건 맞다

그렇지만 그것 말고도 인생의 중요한 사건은 아주 많다.

대학 입학, 직업 선택, 결혼, 출산 등등

'첫 구슬을 잘 꾀어야 다른 구슬도 잘 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고 말할 수 있으나, 나이 40만 되어봐도 알겠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은 인생 전체를 두고 보면 분명 의미 있는 이력은 맞지만 그게 아주 결정적인 부분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대학 입학은 그냥 인생의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 정도가 맞다

그것에 양육의 모든 초점이 맞춰지면 많은 게 꼬인다.

무엇보다 내 앞에 있는 아이가 안 보인다.

엉뚱하고 발랄하고, 생각한 걸 뚝딱 잘 만들어내고, 부모의 생일을 몇 주 전부터 준비하고 챙겨주는 기특한 내 아이가 안 보인다.

아무리 설명해 줘도 수학 문제를 이해 못 하고, 하라는 숙제는 안 하고 쓸데없는 걸 계속 만들고 있고, 시험은 안 챙기고 친구 생일은 기가 막히게 챙기고 있는 한심한 아이가 보인다.

부모의 이런 생각은 아이 마음속에 금세 전염된다.

아이도 스스로를 한심하게 느끼고, 난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러면서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니, 아예 시도조차 안 하는 게으른 아이로 남거나 ('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이 부족해요'는 여기서 나온 말일 것이다), 부모의 평가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고자 부모에게 저항한다.

그러면서 부모 자식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가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아이를 옥죄어서 좋은 대학 보내면 뭐 하나.

아이가 부모를 원망하면서 평생 남보다 못한 관계로 살면 그건 누굴 위한 대학 졸업장인가 말이다.

물론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른 채' 부모의 뜻대로만 살아온 사람들이 30살이 넘어서야 '내 인생'을 찾고자 방황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종종 본다


아이의 인생은 대학 입시까지가 아니다.

그 이후의 아이의 삶을 함께 바라봐 주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가 어떤 일을 할 때 빛이 나는지 어릴 때부터 유심히 관찰해 주어야 한다.

그건 부모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 공부랑 관련 없는 쓸데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아이가 그 분야에 빠져들 시간적 여유를 주고 정서적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

그래야 공부만 하다 지쳐버린 아이가 '난 하고 싶은 게 없고 잘하는 것도 없어요'라면서 쉬는 시간엔 핸드폰만 잡고 있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아이 인생은 길다.

그리고 그 긴 인생의 주인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이다.

그런데 그걸 인정 안 하면 부모는 마음이 조급해지고 SKY 입학 로드맵을 아이에게 강요하게 된다.

아이를 위한다고 하는 것들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게 맞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해서 하는 것들은 보통 '결과에 상관하지 않고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본전 생각을 안 하는 것' 들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것에 '내 아이를 위해서'라는 말을 붙이면 안 된다.

그건 부모 욕심이 맞다.


긴 호흡으로 아이의 주체적인 인생을 응원할 수 있을 때 지금 내 아이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

그제야 내 욕심을 뺀 담백한 사랑을 아이에게 듬뿍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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