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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중인간 Aug 22. 2019

바이크는 처음입니다만

마인드 컨트롤과 스로틀 구동의 상관관계

은은한 광택이 나는 가죽자켓을 입고, 튼튼한 가죽 장갑을 끼고, 선바이징 풀커버 헬멧을 쓰고, 허리 라인과 핸들의 위치는 일직선에, 그리고 귓가를 때리다 못해 귀 안에 꽂히는 소리. 어릴 때 나에게 '바이크' 라는 단어와 동시에 연상되는 모습들이었다. 성인이되면 언젠가는 꼭 멋진 바이크를 타고 자유롭게 도로를 누빌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이가 들면서 오토바이는 위험한 것, 시끄러운 것 정도의 단촐한 이미지로 자리잡는 단어가 되었고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살면서 튼튼한 두 다리 이외에는 다른 교통수단을 구입해야지, 타보아야지 하는 욕구가 딱히 들진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높은 언덕의 꼭대기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엉겹결에 회사가 가까워지면서 본격 뚜벅이 생활에 진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건강한 두 다리와 육신도, 비효율적으로 꼬여있고 경사가 급한 언덕길을 매일 같이 오르내리기엔 참으로 버겁게 느껴졌다. 높이 200m도 안되는 언덕 혹은 산을 매일 같이 오르내리며 출근을 하던 와중, 마침 동거인이 바이크를 구입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나도 125cc 의 소형 오토바이로 내 인생 첫 이륜자동차를 경험하게 되었다.


스쿠터도 제대로 타본 적이 없는 나는 오토바이는 정말 처음이었다. 오토바이는 시끄러운 소리나 내는 자전거 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이륜차라고만 생각했지 정말 아무런 지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첫 바이크 GN125를 만나게 되었고 이 녀석과 지지고 볶는 연습이 시작됐다.


시동을 수만번 꺼뜨리고, 내맘처럼 안되는 상황과 시끄러운 머플러와 엔진 소리 때문에 느껴지는 공포심, 막상 속도는 5K도 안되지만 나는 마치 40K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만같은 두려움. 처음으로 시동을 안꺼뜨리고 주행을 하기까지 정말 지난한 시간을 거쳐왔다. 기어를 1단에 놓고 클러치를 풀고 스로틀을 부드럽게 당기기 전까지 내 마음속에는 조금 오버하자면 내 일생 경험했던 온갖 번뇌와 혼란한 감정들이 뒤섞인 여러가지 감정이 내 마음속에 휘몰아쳤다. 게다가 연습 중에 넘어졌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머리에 남아 좀처럼 스로틀을 쉽게 당길 수가 없었다.


결국 네 차례의 연습 끝에 처음으로 스로틀을 자신감있게 당기고 시동을 꺼뜨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감을 익힌 것 같다. 막상 스로틀을 당기고 주행을 하고, 브레이크를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게 되다보니 내가 언제 그렇게 무섭게 벌벌 떨었는지 그 감정이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휘발되었다. 나 스스로도 참 어이가 없고 웃겼다.


운전 연습이 끝나고 집에와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가장 뿌듯한건 시동을 꺼뜨리지 않았다는 것 보다 나 스스로 두려움을 이겨냈다는 점이었다. 나이 서른이 되어서 내맘 같지 않은 내 몸과 의지 때문에 눈물이 흐르고 억울했던 적이 없었기에, 마음 속의 공포심을 조금 극복할 수 있었다는 이 사실에 내 자신이 참 대견하게 느껴졌다. 나는 무엇이든 곧잘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는데 바이크의 시작만큼은 내맘같지 않았기에 더 분하고 억울했던 것 같다.


그동안 운전 연습을 하던 곳이 어떤 대학의 기숙사 주차장이었는데 오늘부로 그 주차장에서 쫓겨났다. 민원이 많다나 뭐 어쨌다나.. 하여간 이제 주행하는 감을 조금 익혔으니, 이제부터 또 연습,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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