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내 인생에 가장 기가 막힌 일

by 나무엄마 지니



웃긴 일, 웃겼던 일이 없다. 그런데 운전을 하며 아지트를 오는 길에 지금의 내 마음 상태를 쓰면 될 거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요즘 기막히게 평생을 가서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 일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이다.


내가 쓰는 내용은 부모도 모르는, 남편도 모르는, 친구들도 모르는, 동생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이야기를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아이들을 찾아갔을 때 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자던 아이들이 내가 틀어주는 음악을 듣고 하나둘씩 일어날 때도 있었고 조잘거리며 내게 다가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꼬마 공주님들과 왕자님들이 지금 생각해도 귀엽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걸 포기한 듯 자포자기한 거 마냥 엎드려 있던 아이들도 있었다.


한 아이가 내게 와서 이렇게 물었다. "왜 이런 걸 하세요?" 나는 잠시 생각했고 "나처럼 너희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하지만 아이들을 찾아가던 그 일을 멈췄다. 내가 말하는 게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환경이 변하지 않았는데 좋아하는 걸 찾는 게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런데 지금도 내가 쓸 수 있는 SNS에 우리 아이들과 내 이야기들을 풀기 시작했다. 처음 주제가 "왜 우리는 영어가 그토록 힘든가"이다. 영어를 가르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 작가를 꿈꾸며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 중인데 내가 왜 그런 주제로 썼는지조차 모르겠다.


그저 글쓰기 연습을 하려 매일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는 훈련을 한다는 미명 아래. 어느 분의 브런치 글에서 이런 문구를 봤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질보다 양이다" 그래서 나도 상황이 될 때마다 쓰는 중이다.


너무 웃기지 않은가. 영어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관종 미도 없는 사람이 SNS에 왜 영어가 그토록 우리에게 힘든가를 쓰고 있으니. 서울대 이병민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내 어릴 적 벙어리 시절의 미국 경험까지 읊으며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현타가 왔다. 결정적 시기 가설을 이용하여 사춘기 아이를 설명하니 어느 분이 댓글을 남겨주었다. 그래도 어른들이 영어 하는 게 더 힘든 거 같아요... 그렇게 한국에서 영어를 하는 게 힘든가.


내 실험대상이었던 두 녀석들은 엄마의 가방을 들어주고 응원을 한다. 그런데 어제는 조금 심술을 부렸다. "엄마가 이런 게 재미있어 보여? 이거 해야 하는 거라 생각해서 하는 건데... 죽기 전에 이야기하지 않으면 후회할까 봐..." 그렇게 이야기하고 특목중에 보낸 오랜 큰 아이의 지인분과의 대화 내용을 노트북에 적고 있는 내가 기막히게 웃기다고 해야 하지 않나.


지금도 책을 잔뜩 쌓아 놓고 고민한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는 않는다. 대학에 다니는 큰 아이는 "저한테 이야기해준 걸 써보세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막내는 내 브런치에 들어와서 좋아요를 누르고 가기도 한다. 고맙기도 하고 얼른 저 녀석들이 커서 엄마한테 효도를 하면 좋을 거 같다는 마음도 든다.


내 힘으로는 갈 수 없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딱 오늘 하루만 열심히 살려고 한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 거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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