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도 제비가 되고 싶어요!" 너의 말은 순식간에 학교 전체로 퍼져나갔다.
'새가 되고 싶다고 말한 아이가 있대.'
'저런, 이제 경을 치겠구나.'
'어떻게 그런 말을.....' 제비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었다.
그 다음 날 학교에서는 만장일치로 너를 학교에서 쫓아내기로 결정했다. 어린 연어의 품위를 망가뜨렸다는 게 이유였다.
'물고기연구소' 학생으로서 성실하게 공부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유도 보태졌다. 수컷 연어로서의 말을 너무 가볍게 내뱉었다는 엉뚱한 핀잔도 쏟아졌다. 친구들은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싹싹 빌어보라고도 설득했지만 너는 코웃음을 쳤다.
"흥, 잘됐지 뭐"추방 결정이 내려진 그날 오후 너는 교문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새가 물고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해서 하늘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니?"
“떨어지면 천국도 갈 수 있고, 지옥도 갈 수 있는 벼랑 앞에 선 기분이에요.”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다들 똑똑하겠구나."
"처음엔 누구나 똑똑하지.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똑똑한 애들이 줄어드는 게 문제야."
"무슨 말이지?" "점수로 성적을 매기거든. 함께 물속을 헤엄치며 다닐 때는 누구나 다 똑똑하고 지혜로워. 누가 먹이를 빨리 찾는지, 누가 회전을 빠르게 하는지 우리는 다 알지. 하지만 학교에선 그런 것에는 점수를 주지 않아.
시험을 치르고 점수와 성적이 나오면 일등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정해지지. 성적표로 차별이 시작되는 거야. 그 순위에 따라 선생님들이 사랑을 나눠주거든. 우리가 성적표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글쎄."
"'감옥이 나눠준 사랑.' 우린 그렇게 불러.'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너는 계속 이어갔다.
인간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인간들은 걸핏하면 제 자랑들뿐이다. 생태계의 먹이사슬 맨 꼭대기에 있다고 위세를 부리는가 하면, 직립보행을 하고 도구를 만들어 농사를 짓고 노동을 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시계와 달력을 만들어 치밀한 계획을 세워 모든 일을 실행한다고 떠벌린다. 그리고 지구 상에 육천 개가 넘는 언어로 역사를 기록하고 예술을 탄생시켰다고, 그래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댄다.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인간한테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자와 일대일로 맞서게 해 보자.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을 지으라고 해보자. 인간한테 연어의 지느러미를 달아주고 북태평양까지 헤엄쳐갔다가 오 년 뒤에 초록강으로 돌아오게 해 보자. 인간의 언어로 인간이 만물의 초록강으로 돌아오게 해 보자. 인간의 언어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한계라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무기, 전쟁, 살육, 공포, 폭력, 강도질, 추행, 야만, 혐오, 파멸, 오염..... 이런 추잡한 언어는 인간들이 만들어 사용하는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