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엄마 지니 May 31. 2023

<대한민국의 미친 엄마들>

지친 아이 아픈 엄마



SNS를 보면 너무나 많은 정보로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거의 키워놓고 보니, 정보가 사라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개인의 상황과 위치에 따라 모든 정보가 다 맞다고 볼 수는 없을 테니까요.



부모들이 이 책을 읽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숨통이 조금 트일 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보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발췌글이 있지만, 간단히 몇 개만 올려 보겠습니다.


모든 책이 그렇듯 일부 정보는 개인의 경험치에 따라 조금씩 다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p.5 어느 강연 말미에 돌발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이 중에 중학생 아이들과 무서워서 대화도 못 나누게 된 분 없나요?"


한참을 북받쳐 울던 그녀가 겨우 진정을 하고 털어놓은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어릴 때부터 착하고 말 잘 듣고 총명해서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답니다.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학교와 학원도 잘 다녔습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새벽 한두 시까지 숙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명랑하고 씩씩하게 잘 견뎌내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답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었고 일학년을 거의 다 마친 어느 날, 겨울방학에 다닐 학원을 물색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그러더랍니다.


"나, 이제부터 학원 안 다닐 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 말을 남기고 휑하니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녀가 아이를 따라 들어가는데, 문간에서 막혔답니다.


"들어오지 마. 엄마 꼴도 보기 싫어."


정신을 차려 보니 아이는 방 문을 주먹으로 쳐서 구멍을 내놓은 채 사라졌고, 자신은 거실에 주저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더라는 겁니다.


아이 아빠가 돌아온 뒤 사태는 더 심각해졌고 그날부터 일 년여가 지났지만 자신도, 아이 아빠도 아들 눈 한 번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살고 있답니다. (...) 이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아 죽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하고 죽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강연을 찾아다닌다는 겁니다."


p.7 "사연이 약간씩 다르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느닷없이 반항하고 소리 지르고 폭력적으로 변한 것만큼은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공부시켰다는 점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 지내고 있었죠."


p.10 '오로지 공부만 잘하면 된다'라는 이상한 교육 철학에 엄마들이 동의하는 동안 우리나라 교육 현장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공교육이 사교육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공교육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판이니 그렇게 되는 동안 정보의 교육 담당 장관들이나 부서는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갈 지경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교육 당국이 공교육 문제를 해결하여 과도한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려고 한 적은 매우 많았습니다."


p.9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리에 사교육은 아이들 교육의 필수 덕목이 되고 말았습니다.


p.20 어쨌거나 그들은 우리나라 사회가 학교 수업으로는 뭔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며, 심지어 학원 수업을 받지 못하면 교육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p.26 "학원의 정체는 한마디로 '엄마들의 마음의 평화와 희망 유지를 위해 아이들이 자기 계발 시간을 희생해 가며 학교 수업에 이어 또다시 들러리 서주러 가는 곳'입니다. 학원업자들은 절대로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하지 않습니다. 교육기관이 아니라 사업체이기 때문입니다."


p.27 "공부 말고 다른 것을 해보라거나 공부 못해도 좋으니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 따위는 그들의 사업을 망치는 악마의 언어입니다. 그들에게 아이들은 그저 봉일뿐입니다. 그중에서도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아무리 다녀도 실력이 별로 개선이 안 돼 장기가 ㄴ다닐 수밖에 없는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고갱이고, 부모가 돈까지 많다면 완전 VIP 고객입니다. 그리하여 그런 아이들은 서서히 오랜 세월 동안 아주 잘 학원에 중독됩니다."


p.28 '스피커'라는 엄마들

사실 우리나라 온 동네에 혹은 엄마들의 모임에 가면 이 학원이라는 데를 돈도 안 받고 나서서 홍보해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엄마들이 학원에 아이들의 인생을 맡기는 결정의 시작은 대개 그들로부터 비롯됩니다. 그들은 통상 '스피커'라고 불립니다.


p.29 "스피커들의 정보는 매우 묘합니다. 일단 근거가 확실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험이나 지식이 아니라 누군가가 정해준 것을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p.188 공부를 시키는 유치원은 허가를 취소한다.


p.189 "일단 유치원을 마칠 때까지 지적 성장을 위한 어떠한 과정도 넣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하여야 합니다."


p.190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교육기관에서 배워야 할 것은 세상 체험과 함께 살기입니다. 오감을 통해 세상을 만나는 여러 가지 기회를 그런 교육기관은 전문적으로 마련해 줄 수 있어서 집에서 부모가 알아서 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훨씬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한 한 가지 중요한 기회가 공동체 생활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 사회의 일상 속에서 공동체 생활의 아주 사소한 기본마저도 잘 안 지켜지는 원인이 유치원에서부터 공부에 최우선을 두고 자라 온 사람들의 수가 다수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p.191 "그러므로 유치원 교육은 한마디로 말해서 아이들이 모여 즐겁고 행복하게 잘 노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오감 계발과 활용 같은 개인적인 발전에서부터 상대방 배려하기, 공동체 규칙 지키기 등 민주 시민의 기본 교양입니다."



p.221 "우리나라가 '학원 공화국'이 된 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공교육이 무너져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대입 위주의 교육 시스템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모든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방식의 평가제도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공로자는 엄마들입니다. 학교 공부만으로 그날 할 공부 다 했다고 생각해야 정상이건만,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아이들을 다시 학원으로 쫓아야 보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기 전까지 대부분 시간을 오로지 공부만 하고 산다는 것이 매우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엄마들의 상태에 대해서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p.222 엄마들은 아이들의 비명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하루 종일 학교에서 학원, 학원에서 과외, 자기 전까지 수제 등 온통 공부에 시달리면 너무나 당연히 병이 들기 시작합니다. 대개 마음의 병입니다. 간혹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이들 얼굴에서 쾌활함이 사라지고, 짜증이 증가하며, 종종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p.224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고등학생 중 정신과적 치료를 요하는 비율 약 25%에 달하는, 아이들 교육의 초비상 사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면 통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