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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엄마 지니 Oct 19. 2023

새벽기상

오늘도 거북이처럼 달린다


얼굴에 수분팩 하나를 붙이고 다시 막내의 책상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긴다. 요즘 이렇게 매일 글을 쓴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낮이나 밤에도 생각이 날 때마다 큰 아이가 엄마의 생각을 써보라고 선물로 준 노트와 핸드폰에 단상을 적어 놓는다. 어느 브런치 작가분의 글을 보고 '엉킨 실타래'를 끝부분을 잘 찾아서 살살 풀어서 글을 써보려는데.. 내 실타래는 꽁꽁 뭉쳐있는지 지금은 술술 잘 풀리지는 않는 것 같다.


다소 일찍 대학에 들어간 막내에게 글쓰기가 근육량과 같다는 말을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보냈다. sns를 한정된 시간에만 들어오는 막내는 '뇌근육'이라는 이 단어를 띡~하니 보내준다.


과학을 좋아해서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아이는 대학에서 뇌과학을 전공 중이다. 현재는 그렇지만 공부를 더해가며 큰 아이처럼 다른 걸 접목해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어제는 기분이 째지는 날이었다. <새삥>을 들어놔서 그런가.


대학에서 연구하고, 일도 해서 짬이 없는 큰 아이가 내가 올린 글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는 칭찬을 해줬다. 글을 나보다 훨씬 잘 쓰는 큰 아이가 이런 말을 해주니 마음이 편해진다.


조금 전 무료통화를 하는데 중간고사라 바쁘다고 하지만, 내게 이런 말을 해준다.


"엄마 원래 하려던 '그 중심' 을 잡으세요."


나는 큰 아이에게 이런저런 부연설명을 변명처럼 늘어놓는다. "아니~ 나도 이거 저거 많이 아는데 그래서 팔로잉하는 사람들이 답하는 거 나도 할 수 있고 더 많이 설명해 줄 수 있으니까 해본 거 아니야~"라고 말하니 큰 아이는 그냥 웃어버린다. 그러며 또다시 내게 이런 말을 한다.


"그러니까 감정에 휘둘리지 마시라구요."


음...


어제는 하루종일 시름시름 졸려서 혼났다. 머리에 누가 무거운 바위를 올려놓은 것 마냥 머리가  무겁고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일어나서 활동하는 루틴 시간은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지 싶다.


역시 새벽기상은 내게는 좀 안 맞나 보다. 하지만 일어나면 잠시 누워서라도 글을 노트에 적어 놓는다. 오늘은 새벽 3시 일어나서 이렇게 글을 썼다. 이 고요한 새벽이 참 좋다. 말씀을 틀어 놓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오늘은 하늘에서 내게 어떤 말씀을 주시려나? 생각하면 내가 가는 이 깜깜한 긴 터널에 빛이 조금씩 보이는 것만 같다.


요즘은 릴스도 금방 뚝딱 만든다. 아이들이 보내준 사진을 릴스로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았다. 벌써 두 번째로 만들었다. 어제 든 생각은 아이들이 선물로 준 사진들을 묵히지 말고 바로바로 만들어서 올려야지 사진첩에 들어가서 한참 찾아야 하니 그것만큼 번거로운 게 없더라,라는 생각.


나는 아이들 사진들은 딱 한 계정, 인스타그램에만 올려놓기로 마음을 정했다. 아이들 사진이나 정보가 아무 곳에나 돌아다니는 게 그다지 좋지 않다. 아이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조차 여전히 불편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하는 건 하늘에서 거저 주신 은혜를 나누려는 마음 때문이다.


다시 새벽 6시에 새벽예배를 들으며 목사님이 기도하는 걸 들으며 기도했다. 그 후 잠깐 졸다가 이 노래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어느 목사님이 말씀해 주시는 '사랑'에 대한 생각에 막힌 하수구가 ! 뚫린 것만 같은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까먹지 않으려고 바로 핸드폰과 출판사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돼서 받은 무료로 받은 작은 노트에 '사랑'이라고 적어 놓는다.


사. 랑.


어제는 비가 꽤 왔는지 날씨가 쌀쌀한 거 같아서 보일러를 켰나 싶었는데 안 켜고 잤지만 아주 몸도 마음도 머리도 개운하고 편안하다. 오늘도 신나고, 재미나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미래를 꿈꾸며 거북이처럼 달려간다. 크~으 거북이가 달려가면 그것만큼 웃긴 게 없겠다. 그래도 나는 거북이처럼 달린다. 나는 꿈이 있으니까.


큰 아이가 어디에서 받았다며 선물로 준 노트와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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