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나를 위해 추석 무렵 선물을 했다. 요즘은 포인트를 자주 모아서 사용하는데 꽤 요긴하게 사용했다.
나는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그럴 수 없는 게 참 많은 사람 같다. 남이 실수한 건 지독히도 잘 기억해서 수년을 이고 지고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럴 수 있지 않은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될까?라는 생각에 멘토 한 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대형서점에서 단번에 집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좋아하는 음악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마냥 좋았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는 OST가 끝내주는데 양희은 님의 노래를 책에서 나온 순서대로 들으며 이 책을 읽어 보니 이건 숨겨진 보물을 하나씩 캐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책도 보고 노래도 들을 수 있으니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이 책을 마주하고 나니 조금 들떴던 내 마음이 잔잔해지고 나의 옛 기억을 되돌리며 삶에 대한 생각, 주변 친구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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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희은 님을 처음 듣게 된 건 미국에 오신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려 뉴저지 화방에 가셔서 (그 근처인지 어쩐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때 뵈었다며 "엄마 양희은 씨 봤어!"라고 하는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분을 몰랐으니까.
다시 가수 양희은 님, 그러니까 이 이름을 들은 건 남편이 한 말 때문인데, 남편은 종종 내게 이런 말을 해왔다.
"너는 양희은 같아. 00이는(동생) 양희경 같고."
그때는 왜 그럴까? 무엇 때문일까,를 생각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내가 남편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생각이 많은 사람 같고 뭔가 남편이 한 마디 말을 해도 그걸 갖고 꽤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게 좋았다.
이런 남편은 내 속도 모르고 IMF에 아들이 없는 집에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맡게 된 사업체를 24시간 중 20시간을 매달려 살았어도 보기에는 좋아보였나보다. 남의 속도 모르고.. 죽어라고 돈을 벌고 싶었다. 그 돈 까짓 거 벌어보자,라는 마음으로. 해보니 됐다. 20대에 못 만져 볼 돈도 만져봤다. 하루 매출이 노력하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꽤 괜찮았다. 내가 한 건 아니고 함께 계신 분들이 능력자셨다. 그런데.. IMF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서 모든 게 정신없이 돌아갔다. 여튼 특수한 상황은 정신없이 여러 상황으로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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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고는 음.. 진짜 고생 많이 하셨겠다.. 는 생각을 해보고 삶은 이렇게 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
지금 사는 삶이 뭔가 잘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는 맞다, 나 꽤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합리화일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양희은 님이 앞으로도 여러 책을 또 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냥 자주 뵙고 싶고 자주 듣고 싶고 자주 얼굴을 비추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아 노래도 많이 내주시면 좋겠다. 양희은 님은 정말 노래에 진심인 분이라는 걸 이 책을 보면 느끼게 된다. 저렇게 베테랑 프로도 노래할 때 떨리시는구나. 그 떨림이 노래를 마주하는 진심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저렇게 청량하고 고운 소리가 나는 걸까.
그러며 나도 사회적 기업에서 마지막 발표 때 그렇게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읽고 또 읽고 연습한 내용인데 사시나무 떨듯이 얼마나 손이며 목소리며 떨었는지.. 나의 멘토샘은 내게 다른 걸 하나 더 제안하셨는데 그건 이 생에 가능한가.. 싶어서 마음에 조용히 담아 둔다. 그것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상황과 에너지와 의지 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발췌글
"나는 원체 콘셉트니, 기획이니 하는 계산을 하면서 앨범을 만든 적이 없다. (...) 노래는 결국 마음을 전달하는 이야기 아닌가. 내 마음에 들어오는 이야기를 노래할 뿐이다."_p.114
"노래에 사심이 있으면 누구를 매료시킬 수 없다. 노래도, 사람도, 나무도, 세월을 이겨낼 든든한 골격이 없으면 금세 시선을 돌리게 된다."_p.95
"음과 음 사이 (글의 행간과 같은 틈새) 묻어나는, 말론 집어내기 힘든 거시기를 아는 젊은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마음이 가려진 자리에 현란한 장식음들이 가득 찬다. 기술은 연마하다 보면 습득할 수 있지만 음 사이 공간에 실리는 감정은 그렇지 않다."_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