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알고 있던 이 책을 어느 분의 피드를 보고 읽고 싶어졌다. 내가 읽고 싶었던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냥 나도 달리고 싶었던 거 같다.
가끔 산책로를 걷다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한다. 나도 막둥이 보물 3호(반려견)가 수술을 하기 전까지 사람 막둥이와 함께 달리기를 했다.
우리 둘은 거의 3-4개월을 달렸다. 나중에는 한강에서도 달려봤는데 기가 막힌 건 내가 다리를 3-4개를 지나쳐서 달려봤다는 것이다. 속으로 '너는 어떻게 차까지 올 거니?'라는 생각을 하다고 그만 까먹고 그냥 달렸다. 그게 달리기인지 걷기인지 남들은 분간이 안될 거 같다. 그만큼 내 속도는 상당히 늦다.
막내가 달리기를 할 때면 어쩜 저렇게 사뿐사뿐하게 달릴까 싶었다가도 그저 내 페이스에 따라서 달리자 싶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시작점과 돌아오는 반환점은 같아도 함께 시작해서 막내가 먼저 도착점에서 나를 기다리고는 했다.
막내가 생각보다 일찍 대학에 들어가서는 내 러닝 크루가 없어졌다. 이런 걸 하려면 꽤 큰마음을 먹어야 하기에 그저 이 책을 읽고 내가 정말 달리고 싶은지 생각해 보자 싶었다.
요즘 제대로 몸이 저질체력이 되었다. 예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근육이 꽤 많았는데 오래 앉아 있다 보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그 예전은 지금으로부터 꽤 멀다.
무라카미 하루키 얼굴을 자세히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감히 저번부터 느끼지만 비슷한 부분이 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내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남과 겨루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등 사뭇 비슷해서 내가 제대로 망상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가도 '아니지.. 여기 이렇게 써있잖아?'라고 플래그를 꽤 많이 붙이고 있는 나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린다.
서른이 넘어서 시작한 달리기라.. 나는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면 50줄은 넘기는 게 아닌가 싶은데.. 아이들이 나를 내 나이로 안 보인다고 하도 이야기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요즘은 머리를 넘기면 흰머리가 예전보다 꽤 많아졌다.
이럴 때마다 슬펐는데 신기하게도 요즘은 그저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인다. 이 지점이 내가 책을 읽으며 변한 것이다. 그래서 꽤 괜찮은 취미를 가졌다고 부심을 갖게 된다.
잔뜩 쌓아 둔 책들을 보며 뭔가 든든한 뒷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올해 목표가 저 책들을 다 읽고 정리해 놓는 것이다.
내 외장하드가 책꽂이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이곳저곳에 적어 놓은 종이 꾸러미들을 제대로 정리할 타이밍이 온 거 같다. 음.. 이러면 내년 상반기 그 목표도 못 이룰 수 있을 텐데..
책 속의 문장
"이것은 달리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지 건강법에 관한 책은 아니다. 나는 여기서 "자, 모두 함께 매일 달리기를 해서 건강해집시다"와 같은 주장을 떠벌리고 싶은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라는 인간에게 있어 계속 달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을까, 하고 생각하거나 자문자답하고 있을 뿐이다." _p.7
"서머셋 몸은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라고 쓰고 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매일 계속하고 있으면, 거기에 뭔가 관저와 같은 것이 우러난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_p.7
"달리는 것은, 내가 이제까지의 인생을 사는 가운데 후천적으로 익혔던 몇 가지 습관 중에서 아마도 가장 유익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생각된다." _ p.24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말해야 할 것을 정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처럼 이런 책을 쓴 의미를 잃게 되고 만다. 그 언저리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는 일은,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원고를 되풀이하여 읽지 않으면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_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