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새의 날갯짓

고정관념 시리즈 5

by 나무엄마 지니

한국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인정해준다. 이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불변의 법칙이라 단연코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을 더 우선순위에 둔다.

“공부만 잘해봐. 좋은 대학만 가봐"

"엄마가 성형도 해주고 살도 빼줄게"

"대학 가면 차도 사줄게"

"대학 가서 놀면 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본다.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이런 말들로 아이들은 지금도 자신의 적성을 찾을 여유도 없이 학교 공부와 시험공부로 뒤엉킨 하루 일과 계획표를 작성한다. 계획표를 검색하면 아침부터 하루 종일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계획표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의 계획표에서 쉴틈이 안 보인다.


초등학교 3학년이 우울증에 걸리고, 북한도 이 중2가 무서워서 못 들온다는 중학교 2학년이 걸리는 중2병, 대학생 때 걸리는 우울증을 보면서 우리는 이 고정관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면 좋을 것만 같다.

하루는 큰 아이 담임교사가 이렇게 말하셨다.

“이번에 성적이 제일 오른 사람들을 선생님이 짜장면 사줄게”
그 말을 듣고 중1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런데 제일 성적이 20점 이상 오른 한 친구는 선생님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 친구는 짜장면을 먹기는커녕 칭찬 한마디도 못 들은 것이다. 평균 90점 이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며 90점 이상 든 아이들을 불러내서 짜장면을 사주셨기 때문이다. 먹은 아이들도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예전의 자신의 성적보다 조금이라도 오른 아이들을 찾아서 짜장면은 못 사주더라도 격려의 메모나 어깨의 두드림 하나만으로도 그 아이들은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00이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인 줄 몰랐어요. 00, 00, 00 등과 놀아서요" 큰 아이가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아이의 친구들을 보고 쉽게 아이들에 대해 판단하는 교사를 보고 나는 흠칫 놀랐다. 아이가 반장이니 두루두루 아이들과도 친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을 것만 같은 그 교사를 보며, 아이들을 '그 틀'로 바라보니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서 아이가 많이 울었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나 때도 저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때는 학교에 체벌이 있었다. 공부를 잘하면 학교 TV에 나오고, 학교 공부를 못하면 아이들을 하나씩 불러서 교탁에 세워놓고 한 명씩 때리곤 하였다. 체벌만 빼고는 비슷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 앞에 나가지 않기 위해서 참 열심히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서 문제집을 또 풀고 또 풀고 외웠던 시간들이 기억이 난다. 독서실에서 늦은 밤까지 공부하고 처음 마셔보는 커피캔을 마시며 졸린 눈을 비비며 다시 외우고 외웠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버지께 이런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미술을 하는 사람은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그림을 즐겨 그리며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했던 나는 예체능을 하면 공부를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아버지께 그런 소리를 들은 후 미술을 하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느 선생님께서 나에게 “너는 미술에 재능이 있으니 미술을 해보면 어떻겠니?”라는 그런 관심과 권유가 있었지만, 나는 단호하게 절대 그걸 하면 안 된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시도하지 않은 후회되는 일 중에 제일 큰 하나이다.

하루는 막내 친구 엄마가 초등학교 4학년인 딸내미를 데리고 음악학원을 다녀왔다고 말을 해주었다. “아이가 공부 과가 아니라 예체능을 해야 할 거 같아서 미리 알아보는 중이에요”라고 말을 하는데 나는 내 아버지가 한 말과 이 엄마가 한 말이 교차되며 잠시 나의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더 들었던 것 같다.

지금 주변을 보면 미술을 잘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림을 그려 작가가 될 수도 있고, 크리에이터가 될 수도 있고, 패션 디자이너, 패션 편집장, 큐레이터 등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고 그저 부모로부터 받은 가치관이 다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잠깐 방문했던 피아노 학원에서 “너는 피아노 전공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하면 안 돼”라는 소리를 들었다. ‘맞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이후 피아노를 배우러 피아노 학원을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쳤던 그런 단순한 거였으니까’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일 내가 재즈 피아노를 배웠다면, 나의 어머니가 나에게 좀 더 물어봤다면 그리고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알아봐 주셨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던 적이 있다.

어른들로부터, 사회에서부터 들어온 고정관념을 떨쳐내는 것이 1번이 되어야 행복한 마음을 갖고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행복한 마음은 만족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으니, 그 만족한 마음을 위해서 나는 또 바른 가치관을 갖은 누구나 인정하는 책, '그 책' 을 꺼내어 읽어 나가기 시작한다.


링컨 대통령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죽기 전에 어머니가 꼭 성경책을 가까이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본 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어릴 그때의 내 모습을 찾고 싶어서 찾은 예배에서 여러 어른들의 간증들을 보고 다시 그 책을 읽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nerd)를 아이들은 가까이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면 한국에서는 좋아하는데, '왜 여기 아이들은 저 공부 잘하는 아이를 싫어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미국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것을 제일로 쳐주는 것처럼은 안 보였다. 공부보다 운동을 잘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하게 보였다.

고정관념은 1)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지니는 과잉 일반화, 2) 부정확하게 일반화된 신념이라고 설명되었다.

이런 어른들로부터, 혹은 사회로부터 들어온 고정관념을 떨치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부모로부터 받았던 이야기들을 잊어버리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매일 만족한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내가 겪고 살아온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아기새처럼 처음 날갯짓을 하려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점점 더 커가는 새의 날갯짓이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받아온 '그 틀'을 넘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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