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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엄마 지니 Jan 08. 2024

씁쓸해지지만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합니다 <귤의 맛>


이 책의 주인공들은 청소년들이다. 16살,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모든 청소년 소설이 그러하듯 아이들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꽤 읽기가 힘들었고 속도도 나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는데 '교육문제'에 대해 총망라한 집합체라서 읽고 있기가 많이 불편했던 것 같다.


특목고.

몇 해 전 외고를 폐지한다는 말을 듣고 어느 엄마가 일인 시위를 하던 모습이 신문 지면에 크게 났다. 그걸 보고 상당히 놀랐다. 그 외고 존폐의 유무가 저리 일인 시위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일까..


외고에 오랫동안 근무한 나이가 지긋한 상담교사와 대면하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나이가 많은 교사는 이런 말을 내게 했다.


"외고 나온다고 뭐 말을 잘하기를 해요, 글을 잘 쓰기를 해요?"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외고.

한참을 대치동을 걸어 다녔다. 우는 큰 아이가 왜 저런지 많은 고민이 들었을 무렵이다. 학원을 가지 않고 레벨테스트를 본 큰 아이를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들과 같은 모습의 교포 선배들처럼 보인 한 부원장 샘은 큰 아이만을 불렀다. 그 후 나는 학교 영어 담당교사와 상담을 하고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내가 질문한 건 "왜 그런 문제를 시험에 출제했냐"라고 물었다.


강북과 강남은 문제 차이가 많이 난다. 이건 어느 지역이나 학원가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나 학원이 즐비한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샘들은 알 것 같다.


뭐 하나 바뀐 게 없다. 결국 제일 힘든 건 아이들인데 이 녀석들은 이렇게 말한다.


"(...) 낙오되는 것 같고 불안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답을 찾아가면 된다고. 아직은 그런 나이라고." _p.205


사실 나는 이 위의 문구가 너무 아이들에게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환경이 하나도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만이 스스로 자신의 고민을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이 상황도 보는 것조차 이제는 지친다.


부모.


부모가 바로 서야 아이들이 숨통이 트인다. 1층에서 사물을 보면 1층만큼 보이고, 2층에서, 10층에서, 하늘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면 사물이 또 다르게 보인다. 현상을 바라보는 것도 비슷한 양상의 모습을 하지 싶다.


요즘은 참 똑똑한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너도나도 정보를 공유하고 내가 맞는다고 알려준다. 교육과정을 훑어서 이제는 정보라고 알려준다. 와.. 숨이 확 막힌다. 보는 나도 이런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왜 학원에서 담배를 피우는지, 왜 학원에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가버리는지 이제는 어른들이 아이들만 나무랄 게 아니라 알아차릴 때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일타강사.

일타강사라는 사람들은 당연한 이야기를 되게 대단하게 이야기한다. 일례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본다고 한다. 거기에 등장인물이 많이 나와서 아이들이 이해를 하니까 독해력이 좋아진다나. 하.. 꼭 그 책만 그럴까?


이 작가분은 작가의 말에, 이렇게 말한다.


"성장은 때때로 버겁고 외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남들도 다 겪는 일이야." "네가 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러니?"라는 말들에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라고,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답하고 싶었습니다." _p.206 라는 이 작가분의 말에 나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문제점만 속속들이 알았지, 뭐 하나 변하지 않은 이 상황에 어린 앞뒤로 꽉 찬 사춘기 아이들 보고 시간이 지나면, 모두 다 겪는 일이니까 너도 이겨낼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면 다 위로가 될까 싶다. 적어도 내가 그 16살 사춘기 중3 아이였다면, 나는 위로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냥 덤덤히 맞이하고 버텨라, 이 말이 뭔가 싶다.


이 책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읽어보고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데 좋은 학벌, 좋은 직업, 이것만 쫓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외로 아이들을 보낸다고 괜찮을까? 그것도 이런 사고관이라면 상당히 아이들이 힘들 게 뻔하다. 어디나 메커니즘은 비슷하다. 그래서 이 책이 내게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부모는 제대로 알고, 제대로 부모로서 중심을 잡아야 아이들이 그나마 이 험난한 세상에 버티고 나갈 힘을 얻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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