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

아이를 키우며 버려야하는 것들 BBvsAB

by 북도슨트 임리나

이 글의 제목으로

단순히 '따뜻한 커피'가 아니라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BB시절의 커피는

참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혼자 마실 때는

잠시 리프레시를 하는

기분 전환의 의미가 있었고


남편과 한 잔 할 때는

데이트의 분위기를 살리는

무드 메이커의 의미가 있었고


친구들과 한 잔 할 때는

오랫만의 맘껏 수다를 떨게 하는

촉매제의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AB가 되고 보니

커피는 '약'처럼

먹어야만 통증을 견딜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다.


커피를 마실 수는 있다.

그러나 따뜻한 커피를 천천히

마실 수 있는 여유는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안전 때문이다.


아이를 안고 뜨거운 음료를 마시지 말라는

경고 사항이 있다.

그리고 그걸 몰라도 상식적으로

아이를 안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를 엄마는 없으리라.


단순히 커피를 들고 아이를 안는 걸 떠나서

아이와 가까운 곳에

뜨거운 물을 둘 수 없으니

방금 탄 뜨거운 커피는

저 멀리멀리 둘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타 놓고 식은 커피를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아주 초기에는

이런 이유로

일부러 매장에서는 아이스 커피를 시키기도 했다.


왜냐면

아이를 유모차에 놓고

커피를 주문하고 들고 갈 수 있으면

그나마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고

식혀서 먹는 방법도 있겠지만


만약에 아이를 안고 주문을 할 때는

뜨거운 커피를 든다는 게

신경이 쓰여서

아이스 커피를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뭐 이렇게 시작했는데

그 후에는


커피를 타 놓고 바로 마실 여유도 없고

또 커피 한모금 마셨는데

아이가 급작스럽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는

그대로 방치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면

타놓은 커피도 잊어버리게 되고

결국에는 설겆이 할 때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보며

'내가 안 마셨구나'

깨닫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간혹 같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배려해준다고


'커피가 식었는데 괜찮아?'

라고 묻기도 하는데

내 대답은

'그럼~~~'이다.

커피라도 마실 수 있는 게 어디랴~싶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에는


'엄마, 커피 마시고 해줄게' 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기다려준다.


물론 커피를 마시자마자 귀신같이

'엄마, 커피 다 마셨어?'라며 달려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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