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아이를 키우며 버려야할 것들 BBvsAB

by 북도슨트 임리나


이번에도 제목에 대한 고민을 했다.

'시간 개념'이라고 해야 하나 '시간'이라고 해야 하나.

따지고 보면 이것도 둘다 맞는 이야기이다.


하루는 24시간이고 또 시간의 기준은 몇 시 몇 분 밖에 생각 못했던 내가

이 시간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우리에겐 만국 공통이 시간 개념이라는 것이 있다.

그 시간 개념이 차이가 날 경우 '시차'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러나 갓태어난 아이에게 이런 시간 개념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긴 한다.

정확히 몇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잔다고 하기는 어렵다.


아이가 있기 전까지 8시에 일어나서 10시까지는 출근하고 7시에 퇴근하는 것으로 설명했던 일상도

시간으로는 더 이상 설명하기 어려워졌고


또 한달 동안 영어 공부를 했다는 기간에 대한 설명처럼

아이가 한 달동안 몇 cm가 자랐다고 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깨달았다.


내가 경험한 건 아이(신생아)만이 아니었다.


죽음을 앞둔 인간도 보통 사람과 다른 시간대를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이미 의식이 보통 사람과 같지 않은 상태에서는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24시간이 될 수도 있고 48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제대로 시간을 인식하고 그 시간에 맞추는 스케줄대로 활동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려면

아기나 노인은 어렵다.


그런데 아이와 노인을 돌보는 나도 보통 사람의 시간으로 맞추고 살아가려면 힘들다.

완전히 시간을 잊고 시간 개념을 초월하고

아이 그 자체의 스케줄에 맞춰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BB시절에는 8시에 아침을 먹고 12시에 점심을 먹고 저녁을 7시에 먹는 계획과 예측이 가능했다면

AB시절에는 아이의 스케줄이 정확히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자는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물론 엄마에 따라서는 이 시간을 지키고 관리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아침에 일어나고 먹을 때 먹고 밤에 자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의 기상 시간은 현재 7시 후반대에서 8시 후반대까지이다.

거의 대부분 이 시간대에 일어나는데 1시간이라는 시간대이지만

때론 나는 이 애매함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

7시 후반대에 일어나면 '왜 벌써 일어나지?'란 생각이 들고

8시 후반대에 일어나면 '왜 아직도 자지?'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는 둘 다 충분한 잠을 잔 경우일 수도 있다.


어른처럼 몇 시에 뭘 하자고 한다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만의 사이클과 스케줄은 있다는 것.

그런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나의 시간개념이나 시간은 버려야만 한다는 것.


아마도 그래서 정신차리고 보니 1년이 후딱, 2년이 후다닥 흘러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1년, 2년이란 세월은 그 기간자체보다는

정신차리고 보니 아이가 걷고 있고

정신차리고 보니 아이가 말을 하고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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