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버려야 할 것들 BBvsAB

by 북도슨트 임리나


아이를 키우며 버려야할 것들

벌써 서른 다섯 번째이다.

지금까지 쓰면서 느끼는 건

어쩌면 아이를 키우며 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

이란 제목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며 버려야할 것들을 쓴 이래로

자그만치 4일 동안 하나도 쓰지 못했다.

쓸 게 없어서가 아니라

쓸 수가 없어서이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애가 아파서....이다.


화요일 오전 외출을 했을 때

어린이집에서 열이 나서 데려 가라 했고

그 후로는 오늘 까지 쭉 함께 있었다.


그러니 간간히 글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프로그램으로

손보는 작업을 해서

글을 쓸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기는 하지만

회사는 다니지 않는다.

스스로 '전업'이란 카테고리에 넣고 있는데

어쩌면 더 정확한 표현은 '프리랜서'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일을 하려고 하면

아이는 참 비협조적이다.


오늘도 저녁 모임이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취소를 해야했다.


이럴 때 심정은?

참 복잡하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당연히 아이가 아프면 일을 쉬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을 하는 워킹맘이라면

휴가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는데

어느 조직 사회에서

애 엄마라고 휴가를 무제한 허용하느냐이다.

얼마나 눈치를 덜 보고

휴가 얘기를 꺼내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이런 제도적인 문제도 있지만

스스로도

아이가 아픈 것도 걱정이지만

나도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도 있다.


사람들은 당연히 애가 아프면

일을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엄마에게 이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교수님이 한 말이 인상적이다.

남편도 같은 교수지만

자신은 아이가 생긴 이후로

단 한번도 집을 떠나는

학회나 세미나는 다녀온 적이 없다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만이 있다는 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아이를 봐주는 다른 사람 혹은 기관이 잘 되어 있다면

충분히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와 아이의 둘만의 관계는

다른 사람이나 기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에게 아이를 맡길 때는

아이의 최상의 상태에서 맡겨야만 서로가 편하다.


아픈 아이를 맡기는 엄마도

또 맡는 기관이나 다른 사람도 불편하다.


아픈 아이는

보통 아이와 달리

조금 더 자주 많이 돌봐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 감기라 해도

열이 있나 재봐야 하고

콧물도 닦아줘야 하고

낮잠 자다 기침이라도 하면

한번 더 들여다 봐야 한다.

다른 아이 보다 더 손이 가는 상태를

엄마 아닌 이상 환영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아니면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니 엄마가 데리고 있는 게

아이에게 제일 나은 상황일 수 있다.


사람들은

애 엄마들의 정신상태를 쉽게 말한다.

애가 있어도

마음만 굳게 먹으면

애가 없는 사람보다

훨씬 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왜 그게 어렵냐면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투 잡'을 하고 있는 거다.

아이를 안 보고 회사에서 일할 때는

아르바이트생에게 가게를 맡기고

회사를 다니는

편의점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사람들은 투잡을 성공적으로 한다고

예를 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한 가지 일도

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애가 없을 때 회사 생활을 생각해보면

그것만으로도 벅차서

회사를 때려쳐야 하나

이직을 해야 하나

내 일을 해냐 하나

매일 고민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애가 생기면

더 상황이 악화되면 악화되지

좋아질 리는 없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애가 생기고 난 후

1년 반도 넘게

책도 못내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요즘에서야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트랜드도 바뀐 것 같고

앞서가는 세상 속에서

나만 뒤쳐진 것 같다.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며

배우는 것도 얻는 것도 많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경력단절'이란 말을 쓰면 안된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많이 배우고 왔다고

그걸 경력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건

그 동안 넌 '다른 일'을 한 거라는 얘기가 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회적인 일과는 아주 다른 일이며

아이 키우는 것과

일을 동시에 한다는 건

성격이 다른 투잡을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버려야할 것은

일 그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라서

괴로운 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이

아이 때문에 일을 예전같이 못하는 걸

인정한다고 해도

스스로가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그 상태가

더 견디기 힘든 게 아닐까.


아이가 생기면

예전처럼 일 할 수 없는 게

너무나 자명한 일인데도

자꾸만 아이가 있어도

성과를 내는 여자들을 촛점을 맞추어서

그러지 못하는 많은 여자들을

패배자로 몰아가는 건 아닐까.


아이 때문에

일을 예전처럼 못한다고

패배자는 아니다.


바꾸어 생각하면

아이를 키우며 일한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에전 같으면

야근 몇 번 하고

힘들다고 불평했겠지만


아이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잤지만

회의 자료를 준비하고


아침형 인간은 절대 못된다며

회사도 당당히 지각했었는데

애 재우고 새벽에 깨서

글을 쓰겠다고 앉아 있다.


과거의 나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지런해졌다.


내 인생 중에

이렇게 부지런한 적은 없었다.


아이가 없었으면

난 계속 게으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일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자.


분명히 당신은 성장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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