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감

아이를 키우며 버려야할 것들 BBvsAB

by 북도슨트 임리나

아이를 키우면서 '좌절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처음 느낀 좌절감은 '분유도 제대로 못먹이는 엄마'였다.

나는 아이가 분유를 먹다 말길래 5분만에 치워버리곤 했는데 아이는 또 금방 분유를 찾곤 해서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그 때 집에 놀러온 후배가 말했다.

'언니는 왜 분유를 먹이다 말아요?'

'응?...아이가 먹다 마는데?'

'언니. 그거 한 40분에서 1시간은 안고 먹이는 거에요.'

'뭐라고???'

세상에나......나는 아이 분유 하나 제대로 못먹이는 엄마였던가?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이 침대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 엄마가 분유도 못먹여줬어.'

두번째는 아이를 잘 안아보겠다고 '슬링'이란 걸 샀다.

솔직히 처음에는 아기띠를 혼자 하고 아기를 안기도 벅찼다.

누군가 아기를 잡아주거나 아기띠를 잡아 주어야 했다.

그런데 '슬링'은 단 두 번의 작업으로 아이를 안을 수 있다니 간편해 보였다.

왠 걸..................

반나절 내내 씨름을 하고 나서야 슬링으로 혼자! 아이를 안을 수 있었다.

그때 느낀 감정은 '좌절감'이었다.

나는 아이를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안지도 못하는 엄마인가!! 하고 말이다.


문득 회사 다닐 때가 떠올랐는데

반나절이면 기획서를 하나 쓸 때도 있었고

또 그 기획서로 회의도 하고 사람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했었지만

그 기획서로 웹사이트를 만들었을 때는 성취감이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분유 먹이고 슬링으로 아이를 안느라 씨름을 하느니

차라리 기획서를 쓰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생각해 보면 매번 내가 기획서를 잘 쓰거나 성공적인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도 하면서

이렇게 쉬워(?)보이는 일을 못하다니.....싶었다.


엄마들이 한번쯤은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우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어떤 엄마는 자주...^^)

아이 침대를 부여잡고 한번 울고 나니 그렇게 청승을 떨어봤자 발전적이지도 않고 나나 아이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 한번으로 족하다는 생각에 그 다음부터는 좌절감을 순간으로 처리하고 오래 빠져 있지 않기로 했다.

그때만이 아니다. 지금도 아이 때문에 좌절감을 느낄 일이 참 많다.

오늘도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아이랑 놀다가 아이가 징징거리는 바람에 손이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또 좌절감을 느꼈다.

'내가 이렇게 참을 수 없는 사람인가?'하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좌절감을 느끼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신입사원 시절, 그 때도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고 긴장감에 진짜 회사에서는 각성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 순간 내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고 있는지 불안하고 또 실수라도 하면 좌절감이 느껴졌다.

아이를 처음 키우는 일인데 잘 할리가 없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내 상태가 당연한 게 아닌가 말이다.

'좌절감'에 너무 오래 빠지지 말자. 내가 좌절감에 빠져 있는 시간에도 아이는 쑥쑥 자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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