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버려야하는 것들 BBvsAB
아이를 키우며 갖지 말아야할 것 중에 하나가 '죄책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도 많이 얘기한다.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좋지 않다고.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이를 키우며 '죄책감'이 참 많이 든다.
오죽하면 '낮버밤반(낮에 버럭하고 밤에 반성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에게 화낸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또 '기승전내탓'처럼 애가 무언가를 잘못하면 다 내탓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있다.
나도 아이에게 소리도 지르고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또 엉덩이도 몇 대 때린 적이 있었지만
밤에 잠든 아이를 보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거나 또 내가 못나서 이렇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지나간 일은 지난 것이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나도 죄책감을 피해갈 수 없는 사건이 있었다.
작년 1월부터 아버지가 편찮으시다가 6월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1월부터 7월말까지 도저히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시간제 보육을 맡기고 있었는데 9시부터 6시까지 풀로 맡기고 아버지 병원을 다녀오기도 했고
심지어 나에게 우선 순위가 애가 아니라 아버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는 계속 볼 수 있지만 아버지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3일 내내 장례식장에 데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다른 데 맡기는 게 나을 거라고 또 친한 이웃이 맡아준다고는 했는데
우리 부부가 다른 곳에 아이를 맡기고 찾아오면서 장례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7월말이 되자 정신을 좀 차리고 아이한테 그 동안 못한 것을 보상하자 생각했다.
이른 바 '죄책감'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외출도 많이 하고 시간제 보육도 맡기지 않고 아이와 함께 지내다가 깨달은 게 있었다.
그 동안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해 미안한 죄책감이 아니라
힘든 시간을 같이 지내와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동안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한 게 아니라 우리는 함께 이 힘든 시간을 같이 통과해 온 것이라고.
그리고 그 힘든 시간에 네가 있어 나는 너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그 당시 아이는 16개월을 지나 23개월로 성장해 있었는데 어쩌면 아이만큼 나도 성장해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죄책감보다는 감사함을.
참 어려운 말이지만 꼭 한번쯤은 생각해 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