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버려야할 것들 BBvsAB
어느 날 우연히
문이 잠겨 아이 둘과 집 앞에서
발을 동동거리는 옆집 여자가
느닷없이
눈물을 흘리며
'이건 가정에 소홀한 남편 탓이에요.'
하는데
난 깜짝 놀랐다.
난 친분이 별로 없어서
그 집 남편이
가정에 소홀한지 어떤지 모른다.
단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인사만 몇 번
했을 뿐이다.
문이 잠겼으면
가장 먼저 불러야할 사람은
열쇠 수리 하는 사람이다.
더구나 아이들 둘과 함께 있다면
더더욱 문을 빨리 여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현관문이
고장난 건
남편이 가정에 소홀한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었다.
이건 그저 단순한
'사고'일 뿐인데 말이다.
사고는 늘 예고 없이 일어나고
대응은 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웃집 여자는
연년생 둘을 혼자 키우며
남편은 무관심하단 얘기를 한참 더 하고
또 남편과 통화를 하며
언성을 높이고서야
열쇠수리 하는 사람을 불렀다.
그 모습을 보니
남의 일이 아니다 싶었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부모 탓을 많이 했다.
내가 결혼을 제대로 못한 것도
부자가 아닌 것도
이른 바 흙수저인 게
부모 탓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가 생긴 이후는
처음에는 남편탓을 많이 했다.
밤중 수유 때문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날 땐
쿨쿨 자고 있는 남편이 밉고
회사 일이라고 늦는 것도 못마땅하고
어쩌다 출장이라고 집을 비우면
육아가 힘든 건
남편 탓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가 크면서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
열이 받는 건
아이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문제는 가정에 소홀한 남편이더라도
(도대체 뭐가 소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편 탓이
아닌 일도 많이 있고
아이 때문에 열을 받아도
그건 아이 때문이 아니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내 탓도 있더라는 거.
그렇다고 내 탓만 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남탓도 있다.
이른 바 그 흔한 쌍방과실이다.
다만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고
남이 아니라 나이기에
남탓을 할 때마다
내 쪽으로 시선을 바꿔 보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