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버려야할 것들 BBvsAB
입센의 희곡인
'인형의 집'이 있다.
그 엔딩은 유명한 여주인공인 '노라'의 가출이다.
그리고 그 가출이 여성해방을 의미한다고 한다.
솔직히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해석을 보면서도
집을 나가는 게 왜 여성해방?
혹은 집에 있으면서는 여성해방이 안되나?
이런 의문을 가졌고
그저, 가출이란 진짜 가출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로만 이해했다.
그런데 AB가 되고 보니
나도 그 가출을 꿈꿀 때가 많아졌다.
BB시절에 집은
휴식의 의미가 컸다.
더구나 외출은
내 자유의지로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나가고 싶지 않으면 안 나가면 됐다.
그런데 AB가 되고보니
그 자유롭던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다.
아이가 생기고 부부 싸움을 할 때
남편에게
'자기는 회사라도 가지.
나도 나가고 싶어.'
라고 하면
'너도 낮에 애랑 다니잖아.'
라고 대답하면
'그거랑 혼자 나가는 거랑 다르지.'
라고 반박을 했는데
남편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후
아이를 데리고 혼자 몇 번 외출을 하더니
나에게 더 이상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와 외출과 혼자만의 외출은
얼마나 다른가.
그렇다.
내가 원하는 외출은
단순히 밖에 나가는 게 아닌
BB시절 같은 외출이다.
외출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맛있는 걸 먹고
짬짬히 필요한 소품도 사고
또 자유롭게 한가하게 거닐다 돌아오는 것.
그런데 아이와 외출하면
이런 건 꿈도 못꾼다.
집보다는 조금 더 기분 전환이 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외출은 아니다.
아마 AB여자들에게
집에서 쉬면 되지 않느냐라는 말은
회사에서 먹고 잘 수 있으니
퇴근하지 말고 회사에서 쉬라는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이미 집은 휴식의 장소이기 보다
일하는 노동 현장이다.
(노동의 강도를 떠나서...)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어차피 회사에서 힘든 일도 없는데
쭉 회사에 있으란 얘기이다.
그러니 집을 나가서
(노동의 현장에서 벗어나서)
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는 건
상사를 모시고 나가라는 얘기와 같다.
어차피 백화점 가는 건데
부장님하고 가라고 하면
그걸 외출이라고 느낄까?
업무의 연장이라고 느낄까?
그러니 진정 AB에게 필요한 건
혼자만의 외출인데
그 혼자만의 외출이 쉽지 않다는 거다.
특히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면
한달에 한번도 쉽지 않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
그런 말을 들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엄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그 땐 그 말의 의미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라기 보다는
잠시 일에서 떠날 여유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에서 떠나려면
집을 나가야 가능하다는 것.
이쯤 되면
왜 가출이 여성해방으로 해석되는지도 알 것 같다.
노동자들에겐 '파업'이 노동해방이라고 하지 않나.
그렇다면 여자들에겐 집 안에선 파업이 불가능하니
'가출'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함께 가출하자고?
ㅎㅎㅎㅎ 그건 아니다.
가출하고 싶은 마음이
격하게 공감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외출의 시간도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
내가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
사실 그렇게 여건을 만들어
남편이든 누구에게든 애를 맡기고
외출한다는 건
또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온전히 즐기지도 못한다.
진짜 가끔은
혼자만의 외출로
리프레시를 하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