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노릇

아이를 키우며 버려야할 것들 BBvsAB

by 북도슨트 임리나




막연히 아이를 키우며 '사람노릇'을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정 반대였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노릇이란


연락을 받으면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는

바로 답을 주는 것


약속 시간에 되도록이면

맞춰서 가고


또 주변의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며

또 만나고 난 후에는

집에 돌아와서는

만남에 대한 인사를 하는 것


또 친한 사람들의

경조사에 꼭 참석하는 것

(물론 인맥관리나

얼굴 도장찍는 목적이 아니라

정말 진심의 축하와 애도의 마음으로

참여하는 걸 말한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는

이 모든 게 불가능해졌다!!!!


연락을 받으면

확인조차 바로 하기 어렵다.

특히 아이가 핸드폰 불빛에 민감해서

잘 때는 핸드폰을 거실에 두고

침실에 들어갔다.


아이에게 분유를 먹일 때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아이가 징징거릴 때

문자, 통화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전화는 늘 부재중 전화가 되어버리고

답 전화를 하려고 보면

밤이 너무 깊었거나

너무 이른 아침이다.


약속 시간에 맞춰나가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늘 사과의 연락을 해야 한다.


BB시절에는

이해하면서도

오래 기다리게 되면

슬슬 짜증이 난 것도 사실이다.


막상 아이가 생기고 보니

우선 외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만남 후

집에 돌아오면

바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지만

위에서 말한

거실에 핸드폰을 두고

잠들어 버린다.


누군가에게 만나자 말을 걸고 싶어도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그 날 별일이 없을지

자신이 없다.


기껏 약속해놓고

아이의 갑작스런 감기로

당일 약속을 취소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약속을 취소할 때도

분노를 느끼는 등급이 있는데

가장 큰 분노를 느낄 때가

당일 취소가 아닐까 싶다.

(나도 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BB시절의 경조사는

내 마음, 상대의 친분에 따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생긴 후에는

아이의 상태가 큰 변수가 된다.


정말 가야할 경조사에

못 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자들 사이에서

결혼식이 특히

그런 상황이 된다.


그래서 처음 결혼한 경우가

친구가 많이 오고

점점 결혼식에 참여하는

친구가 줄어든다.


임신을 했거나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거나

아이가 감기에 걸렸거나

첫째는 어리고

둘째를 임신했을 수도 있다.


아이를 데리고 참석하면

참석하는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BB시절에는

결혼식 전에

같이 사진 찍고

결혼식 후에

피로연까지 참석했다면


결혼식만 보면 다행인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게 미안하고

또 섭섭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카톡 하나 제대로 건넬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을 때도 많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아이가 커서

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노릇'하기

어려운 경우는 많다.


아이가 생기고야 알았다.

진심을 전달하는데도

마음의 여유와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내 애를 너무 사랑해서

내 애가 너무 소중해서

내 애만 바라보느라

그런 게 아닌데

단순히 아이 하나 키우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여유와 시간이

없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진심도 표현해야 한다는 것

너무 잘 알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많은 미안함을

차곡차곡 쌓으며

'다음에....'

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전 28화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