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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Jan 21. 2020

라이딩 일기 2020.1.20

범죄인가? 요령인가?!

2020.1.20 날씨 맑음 왕복 80km

오늘의 라이딩: 대치동 c영어학원

은마상가 주차요금: 1시간반 무료  그 이후 10분에 500원

내가 낸 주차요금: 2천원


대치동 c영어학원은 차만 대면 학원의 안전 요원분들이

아이를 내려주고 교실까지 올려준다  

아이와 같이 내려 교실까지 데려다 주지 않아도 된다는 건 엄마로서는 참 편하다  

다시 아이를 태울 때는 아이 이름과 차 번호를 외우고는

‘00 어머님이시죠?’ 하더라  


아이를 내려주고 오늘은 은마상가로 갔다  


세 번째 라이딩이지만 아직 주차하고 시간 보낼만한 곳을 찾지 못해 방황 중이기도 하고 이른바 “대치동 셀프투어’이다  


강남 생활이라곤 직장 다닐 때 강남역 근처 건물로 출퇴근 1-2년 한 게 전부인 나는 말로만 듣던 은마상가를 처음 가봤다  


은마상가를 처음 가본 소감은

한 40년쯤 전으로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었다  


어렸을 때 다니던 재래시장 분위기였고 쾌적함이라곤 없었지만 강남 한복판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놀라웠다  


아마 이름만으로도 낙후된 우리 동네에서는 오히려 볼 수 없는 곳이다  


아이러니하다  번쩍번쩍할 것 겉은 동네에선 아직도 낡은 건물의 재래시장이 건재한데  초라할 것 같은 우리 동네는 새것이니 말이다  


시장은 그렇게 낡았지만 부동산에 적힌 집값이 이 동네의 위엄을 말해준다  


매매 22억


매주 남편이 로또를 사고 있는데 아마 로또 당첨이 되도 여기 아파트는 사지 못하리라  


예전 회사 상사가 로또에 당첨된다고 해도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한다는 말을 할 때 이해가 안 갔는데 그때 난 강남 집값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관심 많은데....


인터넷에서 본 맛집을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낯선 방문자로 보이기 싫어서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인터넷과 지도로만 움직였다  

유명한 분식집이라는데 40여 년 전의 학교 앞 떡볶이 맛이다  메뉴는 정식이고 가격은 4,500원  

22억짜리 아파트 사는 사람과 같은 메뉴를 먹는다  

‘떡볶이는 사먹어도 집을 살 순 없어’다  


그리고는 커피숍에 가서 책을 읽고 다시 아이를 픽업하러 가는 길에 아이가 좋아하는 충무김밥이 보이길래 하나 샀다  


몇 번 픽업을 하다 보니 조금 일찍 가서 앞에 서 있는 게 좋겠다 싶어 일찍 건물 앞으로 갔다  


앞에 경차가 서 있길래 뒤에 세웠는데 알고 보니 스타벅스 커피 픽업하러 온 사람이었다  

아이 픽업 오는 차 중에는 경차를 본 적이 없었는데 웬일인가 싶었는데 아이가 아닌 커피 픽업  


비싼 외제차 타고도 커피 픽업할 수 있고 경차를 타고도 아이를 픽업할 수 있겠지만 이 동네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이를 기다리는데 문자가 온다  

데일리 테스트 결과와 숙제 수업 태도 등의  평가이다  

나쁘지 않다  

갑자기 보람이 느껴지고 기운이 난다  


그래, 이 맛에 라이딩을 하지 싶다  


수업 마치고 온 아이의 얼굴도 벍다  


“재밌었어?”

난 무얼 하든 똑같이 묻는다  

“응.”

아이는 즐겁게 대답하고는 dvd 플레이어의 영어 애이메이션을 본다  


공부량이나 숙제 양은 많은 것 겉은데

아이는 재밌단다  


심지어 집에 와서도 학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자긴 책을 좋아해서 지금 학원이 좋다고 한다  


나의 대치동 라이딩을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그 극히 소수는 대부분 대치동 라이딩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 극소수의 한 명이 남편인데

토요일 옆동네 수학학원 라이딩에 대해

‘그건 바로 옆이잖아’ 라며 라이딩 축에도 안 끼는 듯 말한다  

옆은 맞지만 그 정도도 멀다고 안 하는 사람이 부지기 수다  


라이딩 일기를 쓸 거면 2년 전 광화문 라이딩부터 썼어야 했다  


2년 동안 매주 토요일 광화문 라이딩을 3번 정도만 결석하고 꾸준히 했었다  

그래서인지 이젠 광화문까지가 아니라면 감사하다  


차를 빼고 나오는데 영수증도 확인 안하고 추가요금 2천원 얘기하길래 구매영수증을 안보시냐고 하니 1시간반이 무료라 1시간 반에 차를 빼서 다시 대는 사람이 있어서 확인하는 거라고  

역시 사람들의 잔머리는~

그리고 운전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요령(?)을 터득하기도 한다  

범죄인가 요령인가?!


내일은 내일의 라이딩이 있다  

오늘의 라이딩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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