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날 괴롭혔던 것은 다름 아닌 '두드러기'였다.
어느 날부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밤마다 가려워서 긁다보니 온몸에 딱지까지 앉기 시작했다.
물론 피부과에 가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네가 알아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처방전을 들고 간 약국에서 '나이가 들어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일 수 있다'는
약사의 설명이 좀 위안이 되기도 했다.
피부과 두 군데를 돌아 먹는 약과 연고를 바르면 좀 가라앉는 듯 했지만
예전의 피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보며
정신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겨울에는 긴팔로 가리기는 했는데 여름이 찾아오니 도저히 반팔을 입을 수 없을 정도로 흉했다.
그래서 외출조차 극단적으로 꺼려지기 시작했고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강연 때는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긴 팔 가디건을 꼭 입고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딸 아이가 밖에 걸린 헤어 스타일 사진을 보고는
가보고 싶다는 미장원에 가게 되었는데
그 곳 원장님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00에 있는 한의원에 가봐요. 누가 거기 다녀서 싹 나았대요.'
라고 말해주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 한의원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약을 지었다.
평생 처음이었다.
한의원에서 약을 지어 먹은 것은.
한의원 관계자들에겐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약초로 만든 물로 몸이 낫는다는 건
살짝 나로서는 이해가 안갔다.
나는 한의원을 잘 가는 편이 아니었는데 처음 한의원을 갔을 때가 40대 중반쯤에
피겨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어서 허리가 아플 때
그럴 때는 한의원을 가라는 충고를 듣고 가봤다가 효과를 본 것이 큰 계기가 되어
그 다음부터는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거나 물리치료를 받는 등 자주 찾아갔다.
그렇지만 한약을 지어 먹는다는 건 아직도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토록 괴로운 두드러기가 나을 수 있다는 설명에 고가의 한약을 지어서 나왔다.
결과는?
효과가 있었다.
한약 때문인지 아니면 나을 때가 되었는지 두드러기는 가라 앉기 시작했고
전처럼 말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전만큼 괴롭지는 않았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한의원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잠깐 나에게 쉬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마사지샵을 갈까 한의원을 갈까 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는
나이 먹고 한의원가 친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 병원에 가면 잠깐 의사의 얘기를 듣고 약을 받아 나오는 게 전부지만
한의원은 대부분 침을 맞거나 누워 있으면서 쉬다 나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에서 오는 정신적 위안이 나이 들수록 좋아지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