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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May 21. 2020

슬기로운 의사 생활 아니고 슬기로운 환자생활

내가 암?

내가 환자가 되다니


살다 보면 '의사'보단 '환자'가 될 확률이 더 높은데 왜 '의사'에 대해서는 관심도 많고 심지어 드라마 소재에도 빈번히 등장하지만 '환자'를 다루는 이야기는 많지 않은 걸까.


나는 2주전부터 갑자기 환자가 되었다.

여기서 '갑자기'라고 표현한 건 몸 상태는 비슷한 것 같은데 검사를 받기 전에는 정상인으로 취급받다가 검사로 인해 나는 환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남편은 나를 환자로 다룬다.


환자의 일상은


환자인 나는 일단 집안 일을 하지 않는다. 

식사 준비 청소 빨래 등 남편이 도맡아 한다.

또 왠만하면 아이에 관한 일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음식은 남편이 만들어주는 건강식이 메인이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왠만해선 외출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보다 정작 중요한 '슬기로운 환자생활'은....

남편의 말을 잘 따라주는 것이었다.


입장 바꿔서 내가 아버지 병중에 돌보던 때를 생각하면

제발 좀 시키는대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자꾸 본인 멋대로 해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아픈 건 이해가 가도 좀 짜증날 때도 있었는데

막상 내가 환자가 되고보니 내가 아프다고 내 맘대로 못할 게 뭐 있어?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러나 그렇게 고집부리고 내맘대로 못하겠는게

새벽부터 일어나서 납품업체를 돌고와서 

아침을 먹고 아이를 데리고 사무실에 나가서 온라인 수업을 봐주고

자기 일을 하고는 다시 아이를 피아노에 데려다 주고 다시 일하러 갔다와서

저녁을 차리는 남편을 보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말 잘 들어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렵게 예약한 병원 스케줄 등등

그냥 다 따라다니기로 했다.


3. 슬기로운 환자되기


환자가 되고나니 알겠는게 환자도 다 같은 환자가 아니라

얼마나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느냐도 중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주변 사람들의 뜻을 존중하고 따라주는 것도 '슬기로운 환자 생활'이 아닐까 싶다.


아직 정확한 진단을 듣지는 못했지만

내일 과연 의사에게 어떤 상태라는 피드백을 들을지 걱정이 되지만

병의 경중은 있겠지만 나는 환자인 건 확실하니 앞으로도 당분간

'슬기로운 환자 생활'을 해야할 것 같다  


의사가 되는 것보다 환자가 될 확률이 높은 인생인데

사람들은 왜 '슬기로운 환자 생활'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 걸까.

그러니 앞으로 내가 얘기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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