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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Sep 03. 2020

암이 무서울까? 코로나가 무서울까?

슬기로운 환자생활12

며칠 전 이 제목으로 글을 쓰다가 마무리를 못한 채 서랍에 보관해두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서울 아산 병원 50대 암환자 코로나 확진......


저녁에 위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내가 입원하고 수술했던 병원이었기에 더 놀랐다.

제발 더 이상의 확진자가 없이 암치료 스케줄에도 지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코로나가 퍼지던 초기에는 나는 온전히 코로나만 걱정했다.

그리고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나는 몇 달 더 일찍 병원에 갔을 것이다.

올,해 1월에 혈변 증상 때문에 병원 예약을 했고 그때는 아이가 방학이라 2월로 미뤘다가 아이가 개학하면 병원에 가자 싶어서 3월로 미뤘다가 학교가 원격 수업을 시작하자 더 미뤘다가는 내가 죽겠다 싶어서 4월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5월에 암진단을 받고 6월에 입원, 수술을 하게 되었다.


암에 코로나가 겹친 건지, 코로나에 암이 겹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가 걸리면 위험하다는 '기저질환자'인 셈이라 암으로 인해 힘든 일상에 코로나까지 있으니 나부터 온 가족이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입원 전날까지 식구들도 최소한의 외출을 하며 셀프 자가격리처럼 지냈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사 입원을 하던 날, 코로나에 대한 충분한 안내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는데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나는 당연히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가 한명만 있을 수 있다는 것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남편과 사촌동생 중에 누가 보호자로 함께 있을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두 사람과 함께 병원에 갔는데...

사촌동생은 00시 00구 거주자는 보호자를 할 수 없다고 했고, 남편은 00시에 다녀온지 2주가 안돼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거래처라서 2시간 정도 밥먹은 것뿐이라며 아주 억울해 했다  


입원 수속 간호사는 나한테 보호자 없이 입원할 수 있느냐고 묻길래 솔직히 입원이 처음이라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대형병원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내가 편하자고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겠다 생각하고 혼자 입원하기로 했다.

이런 내가 걱정되었는지 사촌동생과 남편이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오늘 코로나 검사를 받고 다음 날 결과가 음성이 나오면 보호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대신에 두 명이 한꺼번에 받을 수는 없고 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사촌동생이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면 다음 날 오겠다고 했다.

다행히 사촌동생은 다음 날 코로나가 음성으로 나와서 올 수 있었고 잠시 나마 간병을 해줄 수 있었다.


코로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입원한 중에 조금이라도 열이 나면 무조건 코로나 검사부터 했다.

그래서 나는 두 번 입원을 할 때마다 입원을 위한 코로나 검사 두 번을 했고 수술 후에 갑작스런 고열 때문에 두 번은 더 코로나 검사를 한 것 같았다.(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최소 두 번으로 기억한다 )

오늘 열이 나면 코로나 검사를 하고 다음 날 열이 내리지 않으면 또 코로나 검사를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요양병원으로 옮겨갈 때도 코로나 검사를 받던가 코로나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만 했다.


비교적 나는 코로나가 심각하지 않은 시기였던 터라 요양병원에서 하루 한 시간 산책은 가능했었는데 병원에 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코로나가 심하던 때는 아예 병원밖을 나가는 것이 금지되었다고 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하며 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부푼 설레임이 있었으나 막상 일상으로 돌아오니 코로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안 가던 아이는 여전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재난 알림 메시지가 울리고 장보러 대형 마트도 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도 여전히 암수술 후유증과 코로나를 같이 걱정해야만 한다.

난 포스트(post) 코로나보다는 '위드(with) 코로나'라는 말이 더 현실적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어제 먹은 생율 때문인지 갑자기 장에 탈이나 힘겨운 날이었다. 오늘따라 근처라도 잠깐 외출하고 싶었는데 포기하고 집에 있었다.

내 증상 때문이었지만 ‘어차피 코로나라 나가면 위험했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나는 어떤 때는 암으로 인한 내 증상이 무섭고 어떤 때는 코로나가 걸릴까 무섭다  


내 개인적으로도 '포스트(포스트) 암'이라기 보다 '위드(with) 암'이라고 생각하고 조심하며 지내야 하니까 말이다.


부디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어 암환자가 조금 더 편하게 암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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